자동차안전연구원 광주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개관식전기차 특화 안전성검사 위한 4개 실험동 마련, 시험 시연배터리 화재 불안감 해소, 제작사 안전기준 고도화 목표
  • ▲ 광주 친환경 자동차 부품 인증센터 내 위치한 화재시험챔버에서 연소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광주 친환경 자동차 부품 인증센터 내 위치한 화재시험챔버에서 연소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전기차 화재는 발생 건수와 비율이 내연기관보다 적지만, 순식간에 번지는 열폭주 현상과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는 전기차와 배터리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 특화된 연구 시설로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미래 모빌리티 품질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지난 23일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하 안전연구원)이 조성한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이하 인증센터)’ 개관식에 맞춰 센터를 방문했다. 인근에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와 광주그린카진흥원이 위치한 광주광역시 빛그린산업단지 내 조성됐다.

    인증센터는 친환경차, 특히 배터리 안전성 실험을 위한 특화 시설로서 의미를 더한다. 연구 시험동은 충돌시험동과 충격시험동, 배터리시험동과 화재시험챔버로 구성됐다. 2019년부터 주관한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공모사업에 광주광역시가 최종 선정돼 총 393억원이 투입됐다.
  • ▲ 광주 친환경 자동차 부품 인증센터 내 위치한 화재시험챔버 시험동 전경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광주 친환경 자동차 부품 인증센터 내 위치한 화재시험챔버 시험동 전경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시험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실험은 침수시험과 화재시험이다. 바닷물 수준 염도의 물에 잠기게 하고, 직접 연소라는 가혹한 환경을 조성해 가장 극적으로 배터리의 안전성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침수시험실은 바닷물 염도로 농도를 맞춰 배터리를 1시간 동안 완전히 잠기게 하는 방식이다. 국제기준에 없는 시험이지만, 국내서 먼저 도입한 이후 침수시험에 따른 안전성 확인이 검증되면서 중국에서도 도입했다는 전언이다.

    침수시험 덕분에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바닷물 침수사고에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안전성 평가기준 미달에 따른 강제성은 없지만, 이러한 시험방식과 인증기준을 도입하며 제조사가 이를 충족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모두 침수시험을 통과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 배터리 안전성을 확인하는 측면 충돌시험 설비의 모습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배터리 안전성을 확인하는 측면 충돌시험 설비의 모습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화재시험챔버에서는 시험을 위해 불판 위에 고기를 굽듯 배터리가 불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기버스나 대형 수소트럭의 실차 화재시험이 가능한 직경 30m 규모로, 실내에서 목소리가 울리는 공간감이 상당했다. 배터리 하부에 불을 붙이자 주변이 활활 타면서 그을음은 순식간에 집진 설비로 빨려들어갔다.

    예열 과정과 가열하는 시간을 합쳐 약 2분 30초간 구현되는 그야말로 ‘배터리 불지옥’이다. 최고 연소온도는 900도로, 직접 연소 후 3시간 이내 폭발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관제소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배터리 온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했고, 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배터리 온도가 100도 이상 유지되는걸 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충돌시험동에서는 전기차에 특화된 시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 측면 충돌로 옆문 강도를 확인하는 시험은 차량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고전압 배터리에 충돌 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우려에 따라 강화된 기준에 맞춘 장비다.

    배터리시험동에서는 강화된 기준에 따른 안전성평가를 위한 장비가 위치했다. 충방전기를 비롯해 압착시험기, 급격한 열변화를 구현한 열충격시험기, 진동시험기와 충격시험기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충격시험실에 위치한 진동시험기. 설비주변에는 화재시 가동하는 차수벽이 보인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충격시험실에 위치한 진동시험기. 설비주변에는 화재시 가동하는 차수벽이 보인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배터리 충격시험실에서는 충돌 시 발생하는 관성 하중에 대한 안전성평가가 이뤄졌다. 시험이 시작되고, 배터리가 부딪치며 나는 굉음이 시험실을 가득 메웠다. 시험 이후 전해질 누출이나 발화, 폭발이 없어야 하며 물리적 변화만 아니라 배터리 셀 내부 변형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글로벌 전기차 화재 발생 원인으로 충돌은 10% 정도다. 다만 최근 8개월간 국내에서 충돌 후 화재 건수에서는 비중을 70%가량 차지하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가 있는 하부 충돌로 인한 발생 빈도가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도로 연석과 과속방지턱 등 충격을 재현한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진동시험기는 배터리에 수직진동을 줬을 때 안전한지 확인하는 실험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진동시험은 화재 사례가 없어서 설비 구축을 안 하려다가 불난 사례가 보고돼 다시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진동시험기 주변에는 시험 도중 화재발생에 대비한 차수벽을 마련해 자동으로 물을 채워 불을 끌 수 있게 했다. 배터리 시험동은 화재발생 시 주변 설비에 옮겨 붙으며 2차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안전성 확인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실험동 관리에도 신경썼다는 점이 부각된다.
  • ▲ 충격시험실에서 관성 하중 안전성평가가 이뤄진 배터리의 모습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충격시험실에서 관성 하중 안전성평가가 이뤄진 배터리의 모습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전기차 화재발생 사례는 충돌과 배터리 충전, 주행 등 외부 환경변화와 무관한 주차 중에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주차 중 화재도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내년부터 평가와 시범 적용을 논의하는 중이다. 전기차의 주차 중 안전성을 검증하는 사례는 세계 최초다.

    한편, 최근 버추얼 엔지니어링이 고도화되면서 충돌시험 등을 가상실험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자동차 안전성 검증과 설계에 적용할 때는 실제 실험이 더 의미가 있고 버추얼 엔지니어링은 이를 돕는 정도”라며 “직접 봐야 안심할 수 있는 국민 정서상 불안감 해소를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도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제작사 기술 지원과 전기차 결함 분석을 수행하며 전기차 안전성 평가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13번째 배터리 안전기준 평가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목표는 제작사를 통한 안전기준이 마련되고 반영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배터리 안전성 외에도 충·방전 내구도와 배터리 수명(SoH, State of Health)에 대한 인증기준을 도입하기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해당 연구가 고도화되면 중고 전기차의 잔여 배터리 수명에 대한 우려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