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29일 이사회… 11번가 콜옵션 행사 여부 논의콜옵션 미행사 유력… FI 결국 11번가 팔거나 버티거나장밋빛 전망 투자 후유증, 답보상황 장기간 이어질 듯
  • 11번가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11번가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을 되사오는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의 이사회가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기대는 거의 없다.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않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11번가의 새 주인 찾기가 본격화 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29일 SK스퀘어 등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이사회를 개최한다. 구체적 이사회 안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1번가 FI 투자금에 대한 콜옵션 행사여부를 확정하는 안건 등이 이날 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이사회가 요식행위에 그치리라는 관측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1번가의 기업가치는 투자 당시 2조7500억원으로 평가됐지만 현재 1조원대로 거론되고 있다”며 “SK스퀘어는 이 기업가치 감소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짊어지는 것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끌어보려는 전략을 취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SK스퀘어(당시 SK텔레콤)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11번가 지분 18.8%를 넘기면서 5000억원을 투자 받은 바 있다.

    당시 양측은 11번가가 올해 9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할 것을 약속했는데, 이행되지 못할 경우 FI가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의 지분까지 매각하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 SK스퀘어가 FI 투자 원금과 이자 3.5%를 주고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도 부여됐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FI에게 약 5500억원을 주고 지분 18.8%를 사오는 구조다. 

    문제는 11번가의 IPO가 9월 30일을 훌쩍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간 이커머스의 장밋빛 전망도 빛이 바랬다. SK스퀘어는 그동안 11번가의 매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최근 큐텐과의 M&A 협상이 가격차의 이견으로 무산되면서 막다른 길에 봉착했다.

    관전 포인트는 SK스퀘어가 내달 초 예정된 콜옵션 행사 만기일 이후다. SK스퀘어가 이날 이사회에서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다면 앞으로 주도권은 FI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경우의 수는 몇 개 되지 않는다. 

    FI는 드래그얼롱을 통해 SK스퀘어의 지분을 포함한 11번가의 지분 100%를 매각하거나 기존 IPO 약정일을 연장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FI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FI가 11번가 강제매각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에 SK스퀘어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는 지금까지 SK스퀘어가 지금까지 큐텐, 알리, 아마존 등과 매각 논의해온 과정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며 “그렇다고 11번가의 IPO를 다시 기다린다고 목표한 수익률을 달성하리라는 기대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해서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1번가 드래그얼롱이 행사될 경우 FI는 우선적으로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번가가가 1조원에 매각될 경우 SK스퀘어의 몫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그나마도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정체가 이어지며 마땅한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최근 11번가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도 M&A를 앞두고 몸집을 줄이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커머스 시장의 위축과 함께 5년 전 투자유치의 후폭풍을 두고 서로 폭탄을 돌리는 상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의 콜옵션 행사 여부를 두고 FI와 장외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본질은 양측의 투자, 투자유치 실패에 대한 손실과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의 대립”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