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배럴당 69.34달러… 6개월 만에 최저치美 산유량 사상 최대치 근접·中 수요 감소 영향장사 잘해도 4분기만 최대 1조6천억대 손실 불가피… "사실상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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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가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일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되면서 유가가 뛸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흐름은 반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산유량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가운데 중국의 원유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다. 연말까지 유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9.34달러로 전날 대비 0.04달러 하락했다.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0.25달러 내린 배럴당 74.0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75.00달러로 2.53달러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하루 만에 5%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미국의 공급과잉과 중국의 수요 둔화가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에너지 정보청에 따르면 산유량은 하루 1300만 배럴 이상으로 사상 최고치에 가까웠다. 휘발유 재고는 지난주 대비 540만 배럴 증가해 예상했던 증가분 100만배럴의 5배를 넘겼다. 중국 경제가 둔화된 점도 유가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11월 원유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9% 감소했다.

    연일 유가가 빠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유업체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과 수송비·운영비 등을 뺀 가격으로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가격이 따라 상승하면서 정제마진은 커지는 구조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정제마진도 줄어들게 된다. 

    지난 9월 16.9달러까지 치솟았던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달 셋째 주 기준 5.8달러로 내려앉으며 손익분기점인 4~5달러 수준에 근접해졌다.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액도 자연스레 늘어날 전망이다. 재고평가손실은 정유사의 원유 구입시기와 정제 후 제품 판매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유가상승 시기에 사들였던 원유가 이송되는 동안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를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중동 원유는 배로 운송하는 데만 평균 20일 넘게 걸리고, 정제 후 제품으로 만든 뒤 전국 주유소에 판매하는 시점까지 고려하면 원유 구입에서 제품 판매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3분기 90달러를 유지했던 국제유가는 10월 들어 80달러대로 떨어지더니 11월에는 70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정유사들은 12월 한달에만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볼 수 있다.

    현시점에서 재고손실규모를 단순 계산(추정)하긴 어렵지만,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도 정제마진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국내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재고손실평가 증가로 정유사들의 4분기 영업익이 반 토막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4분기 초 배럴당 90달러가 넘었던 국제유가가 최근 70달러선이 붕괴되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재고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면서  "현재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60달러 후반대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고 있지만 원료인 원유의 경우 90달러대에 사 온 제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확한 수치 파악은 어렵지만 4분기 정유사별로 최소 2000억원에서 많게는 40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가 수출확대 등으로 장사를 잘 하고도 갑작스런 국제유가 하락으로 최대 1조6000억대의 손실 폭탄을 맞게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