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자본금 10조원·보증한도 자기자본 90배 확대HUG 보증사고·대위변제액 전년比 4배이상 '급증'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두고 '선구제 후구상' 발목
  • ▲ 아파트와 빌라촌 전경. ⓒ뉴데일리DB
    ▲ 아파트와 빌라촌 전경. ⓒ뉴데일리DB
    전세사기 및 역전세 급증으로 재정상태에 빨간불이 켜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곳간을 채워주기 위한 법안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작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두고는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보증확대 효과가 반쪽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6일 '제5차 국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HUG 법정자본금을 기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는 내용과 보증한도를 자기자본의 70배에서 90배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HUG 설립근거가 되는 현행 주택도시기금법 제19조를 보면 '공사의 자본금은 5조원으로 하고 그 절반이상을 정부가 출자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제27조에는 '공사가 행할 수 있는 보증의 총액한도는 자기자본 70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표기돼 있다.

    이같은 현행 상한선은 최근 전세사기로 보증수요가 증가하면서 HUG 재무건전성과 보증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개정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실제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실적을 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임차인에게 발급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발급액은 59조95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44조6202억원보다 15조원가량 급증했다.

    전년도 총 지급액인 55조4510억원과 비교해도 올들어 지난 10개월간 발급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액이 더 많다.

    보증사고 건수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크게 늘어났고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지급한 전세금도 급증했다.

    지난 1~10월 발생한 보증사고 건수는 총 1만5833건으로 사고액수만 3조556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기간 발생한 사고건수 3754건보다 4배이상 늘었고 사고액 7992억원보다는 2배가량 증가했다.

    대위변제 현황을 보면 10월까지 HUG는 1만2266가구에 총 2조7192억원을 집주인 대신 지급했다. 전년동기 2967가구가 6381억원을 받아간 것과 비교하면 각 4배이상 증가했다.

    HUG 손실증가로 자본금이 감소하면 보증규모가 줄어들게 돼 증가하고 있는 보증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전세 보증보험 가입중단이라는 급한 불은 끌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 1조원 추가출자를 통한 HUG 자본 확충도 논의중이다.
  • ▲ 서울의 한 저층 주거 단지.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저층 주거 단지. ⓒ뉴데일리DB
    하지만 정작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올 6월 마련된 전세사기 특별법에 관한 일부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문제가 불거진 부분은 더불어민주당 측이 제시한 '선구제 후구상'이다.

    국민의힘 측은 개인간 계약에서 발생한 모든 사기에 대한 채무를 정부가 변제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계류중인 개정안에는 이외에도 전세사기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피해자들은 연내 개정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가 가기 전에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과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여야 합의라는 명분에 매몰된 반쪽짜리 특별법, 생색내기 지원 대책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간 현행 특별법 3조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중 '다수의 피해발생'과 '기망·사기의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뿐만아니라 피해자 임차보증금이 3억~5억원으로 설정돼 이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임차인은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개정안 주요내용은 △보증금 기준 5억원이하 상향 △다수기준 2인으로 명확화 △사기의도 판단기준에 임대차계약 종류후 보증금 3개월이상 미반환 사례 포함 등이다. 

    이와 관련해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의 손해를 배상할 수 있도록 법이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보증금의 경우 개인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재산인 경우가 많고 이를 돌려받지 못했을 때 주거불안이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선구제를 할 필요도 있다"면서도 "다만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기사건들의 경우 '왜 선구제를 해주지 않느냐'는 식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UG 자본확충을 골자로 한 개정안 의결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전세사기 피해에 대비하자는 의도일텐데 특별법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은 상황상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선구제라는 것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