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수교 이후 첫 국빈 방문… 반도체 공급망 논의EUV 노광장비 생산 ASML 찾아 '클린룸' 방문 계획 전문인력 양성-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협력 방안 마련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해 동행한다. 이번 국빈 방문에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을 방문할 예정으로 반도체 협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최 회장은 윤 대통령의 11∼15일 네덜란드 순방길에 동행,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및 경영진과 회동할 예정이다.  

    우리 정상이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건 1961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네덜란드는 전 세계 반도체 경쟁 주요국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방문이 주목되는 건 글로벌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을 보유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동맹 구축을 위해 반도체 대화체 신설, MOU(양해각서) 체결, 공동사업 발굴 협의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ASML은 반도체 생산의 가장 중요한 공정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반도체 기판에 설계대로 집적회로를 프린팅하는 장비)를 전 세계에 유일하게 공급하는 반도체 장비 분야 1위 기업으로, 매출은 약 212억유로(한화 약 29조원)에 달한다.

    ASML이 보유한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으로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기존 불화 아르곤 노광공정이 가진 미세화 한계 극복을 위해 필수적이다. EUV 노광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생산 장비는 최첨단 고성능·고용량·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 요소다. 삼성전자는 미국 인텔과 대만의 TSMC 등 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EUV 장비가 필수다. ASML이 글로벌 '슈퍼 을(乙)'로 불리는 이유다. 

    ASML은 경기도 화성에 조성될 '뉴 캠퍼스' 건설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ASML이 2400억원을 투자한 화성 뉴 캠퍼스는 동탄 2신도시 도시지원시설 용지에 건립되며, 이 공간에는 한국 신사옥과 함께 재제조센터(LRC),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 익스피리언스 센터(체험관) 등​을 포함한 새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이 회장은 베닝크 CEO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ASML 본사를 찾아 미래 반도체 기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으며, EUV 반도체 생산장비 제조현장을 직접 찾아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에 사용될 신형 장비를 살펴봤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반도체 제조 공정 ▲장비 개발 분야에서 ASML과 협력해 왔으며 2012년에는 ASML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도 했다.

    2016년 11월에는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이 삼성전자를 방문해 차세대 EUV 기술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중장기 투자 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화성·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EUV 기술을 적용해 파운드리 고객사 제품과 고성능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방문에서 양국 정부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이 어떤 수준에서 맺어지느냐가 이번 방문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한국과 네덜란드 협력 관계의 중심축"이라며 "향후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일본 등 주요국과의 반도체 협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