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월초 35개 유류업체 세무조사… 무자료 불법유류 304억 적발가짜석유 팔고 폐업해 탈루… 탱크로리 6대 분량 유류 압류먹튀주유소 10곳 즉시 폐쇄… 내년 3월 '면세유 통합관리시스템'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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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가 시기를 틈 타, 가짜 석유 등을 판매하고 세금을 탈루한 먹튀주유소 등 35개 유류업체에 대해 국세청이 수백억 원의 무자료 유류를 적발하고 사상 처음으로 현장에서 유류를 압류했다. 이들은 노숙자 등 어려운 사람들의 명의를 빌려 주유소를 개업한 뒤 폐업해 세금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탈세했다.

    국세청은 11일 '불법유류대응TF' 자문과 자체 수집정보를 토대로 지난 9~12월초 먹튀주유소 등 35개 유류업체를 조사해 무자료 유류 304억 원, 가짜석유 44억 원을 적발하고 탱크로리 6대 분량의 현장 유류를 처음 압류해 조세채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먹튀주유소는 면세유나 등유 등을 무자료 매입해 가짜석유를 제조·유통하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기고 차량 손상을 유발시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영업하고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무단 폐업하는 사례가 많아 세금 징수에도 어려움이 있다.

    국세청은 최근 5년간 먹튀주유소 400건을 적발해 786억 원을 부과했지만 세금 징수는 3억 원에 불과했다.

    이에 국세청은 9월 석유관리원, 석유관련 협회, 4대 정유사 등으로 구성된 '불법유류 대응TF'를 발족한 후 지방국세청 소비세팀과 가짜석유조사전담팀을 투입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차량용 경유에 무자료 선박유나 값싼 등유를 혼합해 44억 원 상당의 가짜 석유를 제조한 뒤 19개 먹튀주유소를 통해 판매한 일당이 적발됐다.
  • ▲ 가짜석유 44억 원을 제조해 판매한 사례 ⓒ국세청
    ▲ 가짜석유 44억 원을 제조해 판매한 사례 ⓒ국세청
    국세청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알게 된 이모씨와 박모씨는 출소 후 바지사장 명의로 석유판매대리점과 19개의 먹튀주유소를 설립해 가짜 석유를 차량용 경유로 속여서 판매했다.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도피자금 1억 원을 주기로 하고 대신 처벌받을 사람 2명을 포섭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세무조사 착수 당시 19개의 먹튀주유소는 이미 폐업한 상태였지만, 실행위자인 이모씨를 추적해 관련 세금을 부과했다.

    생활이 어려운 노숙자를 이용해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뒤 주유소를 개업했다가 폐업하는 먹튀주유소 일당도 적발됐다. A먹튀주유소는 노숙자 명의로 사업을 하다가,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무단 폐업을 하고 같은 장소에서 생활고에 시달린 기초생활수급자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주유소를 재개업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노숙자는 명의를 빌려준 이유에 대해 음식을 씹기도 힘든 치아를 치료하기 위해 월 120만 원을 받고 명의를 대여해줬다고 진술했다. 노숙자는 소득이 발생해 기초수급자격에서 탈락했으며 실행위자인 일당은 매출 누락 68억 원, 무자료 매입 54억 원에 대해 세금이 부과됐다.

    국세청은 먹튀주유소 운영 혐의가 짙은 개업 1년 이내 신규 주유소 10곳에 대해서는 명의위장과 무자료 유류 거래 등을 확인하고 즉시 폐쇄 조치했다.

    이에 더해 조사착수 당일 석유관리원과 경찰과 공조해 먹튀주유소 4곳의 현장유류 127킬로리터(㎘), 탱크로리 6대(시가 2억 원쯤)을 첫 압류했다. 압류한 유류는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매각해 국고에 환수할 예정이며, 향후 모든 먹튀주유소 단속 시 현장유류 압류를 매뉴얼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세청은 앞으로 먹튀주유소 대응 강화를 위해 먹튀 혐의가 있는 사업자등록 신청자의 경우 전담직원 철저히 확인하고, 먹튀장소 재개업자 등 특별관리 대상을 지정해 상시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불법유류의 온상이 되고 있는 면세유 유통의 흐름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13개 기관의 면세유 자료를 전산수집・분석하는 '면세유 통합관리시스템'을 내년 3월부터 정식 개통할 예정이다.

    그동안에는 면세유 거래자료 등을 수동으로 수집·분석해 단발적으로 점검·관리했지만 앞으로는 각 기관의 면세유 자료를 국세청이 전산관리해 △면세유 부정유통 △무자료 거래 △면세유 부정수급을 점검할 계획이다.
  • ▲ 신용카드 팩토링업체 개요 ⓒ국세청
    ▲ 신용카드 팩토링업체 개요 ⓒ국세청
    아울러 먹튀주유소가 세금징수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신용카드 매출채권 팩토링 계약'에 대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팩토링업체는 먹튀주유소에 자금을 대출해준 뒤 추후 발생하는 신용카드 매출로 대출금을 상환 처리한다. 먹튀주유소가 앞으로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팩토링업체에 돈을 빌리는 것이다. 대출금 상환이 완료되면 팩토링업체는 주유소에 신용카드 대금을 당일 지급하고 카드사로부터는 3~5일 후에 팩토링업체가 받는다. 이 때문에 먹튀주유소에 대한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재봉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이날 열린 불법유류대응TF 회의에서 "이번 조사를 통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가짜석유 제조·판매업자, 먹튀주유소 등에 강력 대응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앞으로 대응체계 개선, 신종 조세회피 수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불법유류 대응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