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CEO 당시 비주력사업 정리 등 구조조정 성공6개 분기 적자 '숙제'… 'LCD 중단' 등 사업재편 속도과감한 사업정리 속 임직원 최대한 끌어안기… '인재 중심' 경영 철학 이어가
  • ▲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LG디스플레이
    ▲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전성기를 이끈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체질개선' 강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내년부터 TV 시장의 회복과 더불어 IT 및 모빌리티 성장으로 실적 반등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LG그룹은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를 맡게 됐다.

    2018년 말 인사에서 LG이노텍 CEO로 역임된 정 사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 하에 주력사업 및 신시장 개척에 주력하는 반면 수익성이 저조한 사업은 과감히 재편하면서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사업이 LED다. 정 사장은 취임 1년차에 적자를 이어갔던 LED 사업장 생산직과 기술직 등 현장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며 정리수순을 밟았다. 현재 LED 사업은 차량용 조명 모듈만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기판(HDI) 사업도 과감히 철수했다. HDI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과 회로를 모아놓은 메인 기판으로, LG이노텍은 2000년대 초반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중국 및 대만 업체의 저가 공세와 주요 스마트폰 업체의 판매량 감소로 하락세에 빠졌다.

    반면 주력 사업인 카메라모듈을 지속 확장하는 동시에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섰다.

    이같은 노력으로 LG이노텍의 실적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2019년 8조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0조원에 육박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00억원대에서 1조원을 돌파했다.

    정 사장은 비(非)CFO 출신답게 사업을 정리하면서도 임직원들을 최대한 안고 가며 인재 중심 경영 철학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LG이노텍의 정규직 직원 수는 정 사장의 취임 첫 해인 2019년 말 기준 7662명에서 이듬해 7522명으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2021년에는 다시 7999명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는 1만명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이같은 경영 철학이 LG디스플레이에도 이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 CEO 부임 후 첫 메시지를 통해 "CEO로서 핵심 과제 중 하나는 활력 넘치고 팀워크가 발휘되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앞으로 여러분이 LG디스플레이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LCD 사업을 중심으로 부진에 빠진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을 종료한 데 이어 중국 LCD 공장도 올해부터 생산량을 50% 축소했다. 정 사장 체제 하에서 TV용 LCD 사업 정리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내년 시장 전망도 우호적이다. OLED TV의 본격적인 반등이 예상되는 데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모델에 OLED 패널을 공급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은 LG이노텍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도 직원들과 최대한 함께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단기적인 실적 회복을 위해 직원을 내보내기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 관리를 중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경기 파주와 경북 구미 공장 생산라인의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은 정 사장이 부임하기 전 이미 계획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