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사회서 CEO 선임 절차 규정 개정 통해 셀프 연임 막을 듯최정우 회장, 3연임 도전할지 아름다운 퇴진할지 입장 표명 임박차기 회장 놓고 다양한 관측, 소유분산기업 공정성·자율성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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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不可近不可遠(불가근불가원),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미다. 다양한 관계에서 적용될 수 있다. 권력과 기업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기업이 원활한 경영활동을 하려면 정치 즉, 권력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정경유착이 되면 권력이 바뀔 경우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된다. 때문에 기업을 이끄는 오너들은 권력과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다. 

    반면 주인 없는 기업들은 정치 권력에 휘둘리는 경우가 있다. KT, 포스코, KB, KT&G가 대표적이다. 국영기업이 민영화되면서 오너 없는 기업을 '소유분산기업'으로 통칭한다.

    소유분산기업은 특정한 최대주주 없이 전문경영인이 경영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기업규모가 큰 소유분산기업의 CEO 선임 절차와 관련된 이슈는 항상 이목을 끌어왔다. 

    2002년 민영화 됐지만, KT는 국민연금이 8.15%로 최대주주이다. 지난해 구현모 KT 대표는 연임에 도전해 우선심사제도에 따라 연임 적격 평가를 받았다. 국민연금이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면서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했고, 결국 구현모 대표는 중도 하차했다.

    2000년 민영화된 KT&G는 중소기업은행이 최대주주(6.93%)이다. KT&G도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현직사장에 대한 우선심사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사장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000년 포항종합제철에서 민영화돼 2002년 포스코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변경했으며 포스코홀딩스는 국민연금이 6.71%를 보유, 최대주주이다. 이외에 우리사주조합 1.42%, 소액주주가 75.52%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도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대한 규정 변경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올해 3월 선진 지배구조 TF를 발족시켜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해왔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사외이사 7명, 사내이사 4명 및 비상무이사 1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행 규정으로는 현직 CEO가 연임에 도전하면 경쟁자 없이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 심사를 받았다. 이른바 ‘셀프 연임’에 유리한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포스코그룹도 ‘룰 변경’을 추진한 것이다. 회장 선임 절차를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다. 

    19일 이사회에서 새로운 '룰'이 확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정우 회장이 3연임에 나설지, 아름다운 퇴진을 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름다운 퇴진도 의미가 크다. 내년 3월 최정우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면 연임 임기를 마치는 최초의 포스코그룹 회장이 된다. 중도 하차의 흑역사를 끊어낼 첫 회장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에 대한 거취와 차기 회장을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에 따른 패싱 논란, 회사 밖 인물에 대한 회장 유력설, OB들의 복귀설 등 무성한 관측과 하마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역시 포스코가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이기 때문에 겪는 홍역으로 보여진다.

    포스코는 정치적 외풍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 그동안 역대 9명이 회장을 역임했다. 초대 회장인 박태준을 비롯해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최정우 회장 순이다. 2000년 민영화 이후 임기를 모두 채운 회장은 없다. 정권이 바뀌면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는 정설이 됐을 정도다.

    이제는 포스코가 자율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회장 선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여전히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국영기업은 아니다. 과거의 포스코를 놓아줘야 한다. 최근 영국 유력 외신에서도 포스코를 포함한 소유분산기업에 대해 과도한 관여는 한국 기업의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미 포스코는 재계 5위 반열에 오른 글로벌 기업이다. 철강사업은 물론 리튬, 니켈 등 소위 미래소재분야에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3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약 58조에서 약 85조로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보기 드문 큰 도약을 이뤄냈다. 

    올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이차전지 열풍의 중심에도 포스코홀딩스가 있었다. 포스코그룹은 과거 포항제철로 불리우던 전통적인 철강기업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만들 수 있는 계열사를 통해 이차전지 소재사업에 있어 Full Value Chain을 구축해 가고 있다.

    지난해 그룹사 매출 비중으로는 이미 비철강 부문이 58%를 차지하며 철강을 앞질렀다. 올해부터 3년간 전체 투자비중도 이차전지소재 중심의 비철강 분야에 60% 이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포스코그룹 회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을 완성하고, 이차전지소재사업도 안착시켜야 하는 등 그룹의 7대 핵심사업을 진두지휘 해야 한다. 

    포스코그룹의 향후 3년은 더욱 중요한 시간이다. 탄소중립, 친환경 등 시대적 소명에 선제적인 대응과 함께 미래소재사업에 대한 투자도 차질없이 진행시켜야 한다. 따라서 포스코그룹 회장은 어떤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 혹은 훌륭한 제네럴리스트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자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켜봐 주는 것이다. 포스코가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차기 회장을 선임하도록 말이다. 특히 포스코와 정치권은 더욱 불가근불가원 할 시점이다. 소액주주 75%는 외풍 없이 차기 회장이 선임되는 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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