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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각종 행사가 취소 혹은 연기되고 있다. 부산국제모터쇼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5월 8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예정인 '2020 부산국제모터쇼'도 영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위상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부산모터쇼는 서울모터쇼와 함께 국내에서 열리는 양대 자동차 전시 행사로, 홀수년에는 서울모터쇼, 짝수년에는 부산모터쇼가 열린다.
올해 부산모터쇼에는 국산차에서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과 수입차에서 BMW, MINI, 캐딜락만 참석을 확정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참석률이다.
쌍용차는 2014년부터 부산모터쇼에 불참하고 있으며 올해도 참석하지 않는다. 수입차에서는 업계 1위 벤츠와 일본 브랜드 맹주인 토요타도 불참을 선언해 그 여파가 큰 상황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들이 불참하며 부산모터쇼는 이미 동네잔치로 전락한지 오래 됐다.
부산시를 비롯한 주최측에서는 불참하는 업체들을 원망하고 탓하겠지만,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부산모터쇼가 열리는 열흘 기간 동안 업체마다 부스 크기에 따라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막대한 투자에 비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모터쇼 이후 전체 판매량이, 혹은 부산을 중심으로 경상도 지역에서라도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하는데 실상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마케팅 및 홍보 행사라고 한다면 가성비 좋은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굳이 부산모터쇼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측면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모두가 고민할 문제도 있다. 최근 몇 년사이에 CES를 비롯한 MWC, IFA 등 가전 및 전자 전시회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CES는 이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꼭 참석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기자단을 꾸려서까지 참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기자가 CES를 다녀오면서 느꼈던 것 중에 가장 특이한 것이 바로 주객이 전도됐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AI, VR, IoT,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다양한 기술들이 자동차에 탑재되는 것이다. 자동차가 주인이고 거기에 적용되는 기능은 손님이어야 하는데 반대가 됐다. 다시 말해 모터쇼에 이런 기술들을 보유한 업체들이 참가해 자동차가 돋보이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은 거꾸로라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4차산업 혁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욱 부각되는 시대가 된 것 일수도 있다. 자동차의 기본적인 주행성능이나 디자인보다는 거기에 탑재된 미래차 기술이 우위를 점하고, 주도권을 쥐고 있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동차 업체들은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자동차들이 주목받던 모터쇼를 꺼리고 사람들이 더 관심있어 하는 CES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트렌드를 다시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 부산모터쇼의 참가 브랜드를 보면서 작게는 부산모터쇼의 위기이고, 크게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전체의 위기라는 생각이 또 한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