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아시아나 이사회서 화물사업 매각여부 결정EU 시정조치안 충족 위해 이사회 승인 꼭 필요부결 시 EU 기업결합 심사, 장기화 및 무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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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오는 30일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판가름 난다.3년 넘게 이어져온 합병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EU는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이 포함된 시정조치안을 최후 통첩 형식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다. 부정적인 시각들이 제기되면서 이사회 구성원, 특히 사외이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화물사업 매각이 회사에 이익이냐, 손해냐를 판단해야 하는데 자칫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들어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거버넌스 역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것도 부담일 것이다. 그동안 사외이사들에 대해 단순 거수기 역할을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을 견제하라고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목소리를 높여 온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사외이사들은 오너 및 경영진들의 독단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따라서 사내이사인 원유석 아시아나 대표,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을 비롯해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장),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원장, 윤창번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4명의 사외이사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이런 상황에서 문득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전국시대 제나라 장군 전기(田忌)와 그의 참모 손빈(孫臏)이 전차 경주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에서 나온 말이다.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이다. 당장은 자기 살을 도려내 주는 것처럼 뼈아픈 손실과 고통이 있지만, 결국 중요한 적의 뼈를 취한다는 의미다.당장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이 손실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아시아나 실적을 이끌었던 화물사업을 팔면 뭐가 남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문제는 지금이 팬데믹이 아닌 엔데믹 상황이라는 점이다. 현재 아시아나 화물사업은 2019년으로 다시 회귀했다. 팬데믹 당시처럼 매출의 80%를 견인하는 주력 사업이 아니다. 여객이 80%, 화물이 20%인 상황이다. 물론 20% 비중도 작지 않은 만큼 당장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합병을 통해 향후 더 큰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화물사업 매각이 고려돼야 한다.무엇보다 화물사업 매각이 이사회에서 승인되지 않을 경우, 대한항공은 EU가 제시한 시정조치안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즉, 기업결합이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는 아시아나에 대해 독자생존 또는 제 3자 매각을 다시 선택해야 된다.현재 아시아나는 자생력이 부족하다. 부채비율은 2000%에 육박하고, 이자비용으로만 매년 수천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투입된 공적자금만 해도 3조6000억원을 넘는다. 펜데믹 시기에 반짝 호황을 누린 화물에 기대어 독자생존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핟. 매각이 무산되면 아시아나는 독자생존이 어렵고 정부는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제 3자 매각도 여의치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간 중동전쟁이 불거지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 고유가, 고물가 시대로 기업들의 자금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 인수에 선뜻 나설 기업이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이번 합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할아버지 조중훈, 아버지 조양호 등 3대를 통털어 가장 규모가 큰 초대형 항공사를 완성하게 된다. 세계 10위권의 항공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국가적으로는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래가 불확실했던 8000여명의 아시아나 임직원들에게는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게 된다.아시아나 사외이사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는 '육참골단' 의미를 곱씹어 보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