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현대엘리베이터 7거래일 연속 오름세외국계펀드 주주서한 받은 삼성물산…사장 선출 앞둔 KT&G도 압박경영혁신 이끄는 주주 행동주의 '활발'…과도한 경영개입 부작용도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들이 주주 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환원 요구에 시장이 반색하며 해당 기업들의 주가도 꿈틀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지난 19일까지 7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유지하며 5% 넘게 상승했다. 

    이는 행동주의펀드 KCGI자산운용이 주주행동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영향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약 2%를 보유한 KCGI는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KCGI운용는 지난 15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엘리베이터가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과정에서 주주제안 경로를 막고 분리 선출직에서 사측 인사를 앉혀 주주 권익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된 삼성물산 주가는 주가 재평가 기대감이 불거지면서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7.5% 상승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 3곳에서 주주 서한을 전달받았다.

    가장 먼저 주주 서한을 보낸 곳은 영국계 행동주의펀드인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다. 이 펀드는 지난달 삼성물산에 2023회계연도 주당 4500원 배당과 내년 말까지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삼성물산의 지분 0.62%를 보유한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 캐피털은 지난 6일 삼성물산의 주가와 내재가치 간에 약 33조원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자사주 매입·이사회 다각화, 지주회사 체제 재편 등을 요구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며 비공개 협의를 통한 명확한 자본배분계획 시행을 압박했다.

    지난 19일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의 삼성물산에 대한 주주환원 요구에 대해 추후 검토하고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신임 사장 선출을 앞둔 KT&G에 대한 행동주의펀드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FCP)는 이사회에 지난 1일 서한을 통해 사장 후보 선임 절차 개선을 요구했다. 

    백복인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는 KT&G는 지난 7일 이사회 규정을 바꿔 '현직 사장 우선 심사제'를 전격 폐지했는데, 이는 행동주의펀드 압박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KT&G 주가는 3.4% 상승했다.

    증권가는 내년 주총 시즌에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총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해서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3월 정기 주총이 열린다고 가정하면 1~2월 주총 안건이 전달돼야 한다"면서 "행동주의전략을 취하는 펀드들은 내년 주총 시즌을 기점으로 캠페인을 벌일 대상 기업들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는 상황이다. 연말로 갈수록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 행동주의는 주주의 권리를 찾고 경영 혁신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올 들어 국내 행동주의펀드는 본격적인 활약에 나서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주주 행동주의 투자자의 주주제안 안건 수는 지난해 142건에서 올해 19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다만 경영권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장기적으로 주가 부양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주주 행동에 나서면서 하이브와 카카오 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진 바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는 대리인 문제 감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시정 효과가 나타나면서 해당기업의 주가 상승 등 주식시장에서의 순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다"면서도 "헤지펀드의 구조적 성격 내지 인센티브 체계 등으로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할 경우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