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한국경제 희망을 다시 쏜다]전문가들 상반기 약세·하반기 반등 '상저하고' 예상특례보금자리론 중단 앞둬…금리인하시 반등 가능성총선 영향력 의견 엇갈려… "전셋값 상승 이어질 것"
  •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새 희망을 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째 되는 해이자 여러 의미로 중요한 총선이 열리는 해이다. 한국 경제를 보면 올해도 녹록잖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밖으로는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미 대선이 치러진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그에 따른 경제 블록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그 시기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여전한 고물가 기조와 실업 한파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대출 급증, 저출산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가득이다. 새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 희망을 쏘아 올릴 성장 모멘텀은 무엇이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註>

    작년 하반기 조정 국면에 들어간 부동산시장이 새해에도 침체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 기조로 대출이자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를 회복시켜줄 만한 호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관건은 금리다.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시화하면 얼어붙은 매수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1일 전문가들은 새해 부동산시장이 약보합세 속에서 금리 변수에 따라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상반기에는 작년 연말과 같은 집값 약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초 규제지역 해제 등을 골자로 한 '1·3대책' 발표 후 소폭 반등세를 보였던 집값은 하반기 들어 낙폭이 커지며 2차 하락장 초입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작년 6월 상승 전환됐던 전국 아파트가격은 5개월만인 11월 4주에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12월 4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떨어지면서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울아파트도 0.03% 떨어져 4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집값 회복세를 이끌었던 40조원 규모 특례보금자리론이 이달 종료되는 만큼 매수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27조원 규모 신생아특례대출이 새로 도입될 예정이지만 특례보금자리론보다 수혜대상 범위가 좁아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반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상반기까지는 현재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변서경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금리와 PF자금조달 애로, 부동산세제 완전 정상화 지연 등으로 올해에도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하락폭은 작년보다 줄어들고 하반기에 인기지역부터 상승세로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올해 시장은 상반기와 하반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상반기는 횡보, 하반기는 우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대 변수로 '금리'를 꼽았다. 내년 하반기 미국 연준과 한은 금리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서울·수도권 우수입지를 시작으로 시장 회복 시그널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를 작년 7월 5.50%까지 인상한 미 연준은 최근 4개월간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연말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세차례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당초 3분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연준 정례회의를 계기로 2분기나 1분기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진형 교수는 "하반기 우상향 조짐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금리"라며 "중금리에서 저금리로 전환이 이뤄지고 토지가격 및 건축비 상승, 경제상황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조정 국면은 추세라기보다는 일시적 '숨고르기'로 봐야 한다"며 "최근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져 가격이 하락전환된 지역이 다수라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연준 금리인상 기조는 빅스텝이었지만 현재는 동결에서 하락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며 "금리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함영진 랩장은 "작년 시장이 냉각된 것은 고금리와 물가상승에 따른 여러가지 비용 증가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금리가 떨어진다는 기대감과 그것이 현실화되는 시점에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서경 부연구위원은 "금리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향조정과 경기회복, 올해 말까지 누적될 공급부족과 가구분화 적체 등으로 중반기부터 수도권 인기지역부터 보합세 또는 강보합세로 전환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는 지방광역시 등으로 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당장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준과 한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인하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호재가 가격에 즉각 반영됐던 이전과 달리 시장 자체가 둔감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총선이 시장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등이 개발이나 교통인프라 조성 등 호재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메가시티가 그 예시"라며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중단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등 건축기조로 돌아섰지만 선거 전 청년대출 등 풀어줄 경우 그에 따른 유인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 교수는 "총선 경우 과거엔 자금도 많이 풀리고 국가개발공약들이 남발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대선보다 실효성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면서도 "다만 표심공략 차원에서 나오는 선심성 공약이라든지 여러 가능성이 수요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등 시장 유인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함 랩장은 "뉴타운 같은 도시정비사업이나 대규모 개발 관련 이슈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시장상황이 호황기나 상승기가 아닌 만큼 교통이나 개발호재를 전략적으로 내세워도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셋값은 입주물량 감소 등 여파로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R114 조사결과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33만2000여가구로 작년 36만5000여가구대비 3만3000여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윤 수석연구원은 "수도권 신축아파트 입주물량 감소는 올해 전·월세 임대차시장에 상당향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며 "작년 하반기 전셋값 상승세를 강화하는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 랩장은 "입주물량이 작년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는 서울과 수도권에 한정된 것"이라며 "지방은 오히려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곳도 있어 전셋값 상승세가 전국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시장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함 랩장은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수요자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양질의 사업장과 자산가치 상승, 가격 만족도 등을 위주로 선별 매입할 경우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정부 대출규제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변동 등 외부요인이 더해지면 국지적·지역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같은 지역에서도 가격상승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가 나눠지는 등 양극화가 세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