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중단 위해 금융위원장에 면담 신청신조 인수·출항 거부 이어 파업 카드 ‘만지작’노조 “하림 해명은 인수 위한 공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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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이하 노조)이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에 대해 해운사 경영 진정성 의문을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약 5주 앞으로 다가온 본계약 체결 저지를 위해 파업을 불사한 총력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전날 매각 중단을 요청하기 위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노조는 면담 요청서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팬오션(하림그룹 소속 해운사)은 인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고 알려진 유상증자와 인수금융을 위해선 이자만 한해 2400억원이 넘는다”며 “그런데도 하림그룹은 무조건 '된다'라며 낙관적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팬오션과 하림그룹은 감당하기 어려운 인수 계획에 따라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산업은행은 자기 집단의 이익만 고려하고 있다”며 “유일한 국적선사 HMM의 졸속 매각을 강행하는 산업은행을 멈춰주기를 금융위원장께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조는 매각 저지를 위해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 예정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의 인수 거부 계획과 함께 출항·승선 거부, 선상 농성 등을 비롯한 파업도 불사한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만약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될 경우 1976년 창립 이래 첫 파업이 된다.

    노조가 이토록 하림의 인수를 반대하고 나서 까닭은 하림그룹의 재무적 여력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국적 해운사인 HMM의 자산규모는 약 25조8000억원으로, 현금 보유액만 10조원 이상이다. 하지만 하림그룹의 자산 규모는 17조원으로, HMM보다 적다. 또 인수비용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해야한다. 

    하림그룹이 6조4000억원 규모의 HMM 인수전에 참여할 당시부터 재무 여력에 대해 여러 우려를 샀다. 

    인수 파트너인 JKL파트너스와 인수금융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하림그룹 자체적으로 2조4000억원가량을 마련해야 하는데, 하림지주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662억원에 그친다. 하림그룹은 팬오션 유상 증자 등을 통해 필요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하림그룹은 서울 양재동에 대규모 물류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만 6조8000억원에 달해 하림그룹은 HMM 인수와 물류단지 건설에 13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는 이 같은 하림그룹이 조달 계획이 매우 위태롭고 무리수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인수에 들어간 이자비용을 HMM에서 빼가는 데다 HMM의 현금 10조원을 하림그룹의 돈줄로 쓸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 하림그룹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HMM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현재 진행형인 해운 불황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게 그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하림그룹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전정근 HMM해원노조 위원장은 “(최근 하림그룹의 입장문은) 사실상 공수표라고 보고 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를 수 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이어 “양재동 물류단지 투자도 해운산업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우기면 어쩔 도리가 없다. 본계약에 5년이고 10년이고 HMM 유보금은 건들지 않겠다고 명문화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