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 2030년 14조9000억원 전망GC녹십자, 美 자회사 통해 연내 임상 3상 진입 예정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 출시 '스카이조스터'에 새 백신 개발 중
  • ▲ GC녹십자 본사(왼쪽)와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각사
    ▲ GC녹십자 본사(왼쪽)와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각사
    GSK가 글로벌 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대상포진 백신에 국내 대표 백신기업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눈독들이고 있다. 2030년 15조원 규모로 성장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GSK는 지난해 3분기 싱그릭스로만 매출 8억2500만파운드(1조3800억원)를 올렸다. 싱그릭스는 지난해 누적 25억3800만파운드(4조2500억원)의 매출을 GSK에 안겨다 준 효자 제품이다.

    많은 국가가 빠르게 고령·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병 관리 필요성이 커지며 대상포진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카이퀘스트’는 2022년 전 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가 40억달러(5조2800억원)로 추산했는데 연평균 7.6%씩 성장해 2030년 113억달러(14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시장성에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도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 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GC녹십자는 최대 시장인 미국을 직접 공략할 계획이다. 미국 자회사 큐레보를 통해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CRV-101’의 미국 임상 3상 시험을 연내 진행하는 게 목표다.

    싱그릭스와 마찬가지로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개발 중인 CRV-101는 싱그릭스를 비교백신으로 하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우월한 지표가 확인된다면 향후 상용화됐을 때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용이하다. 미국에서 임상 개발 중이어서 다른 선진시장 진출에도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임상 2상에서는 싱그릭스보다 뛰어난 안전성이 나타났다. 임상 2상 톱라인 결과를 살펴보면 CRV-101 투여군에서 나타난 전신 부작용 관련 2등급(Grade 2) 발생률은 5.5%인 반면, 싱그릭스 투여군에서는 2, 3등급 발생률은 19.1%였다. CRV-101 투여군에서의 국소 부작용 관련 2등급 발생률도 3.6%로 싱그릭스 투여군의 2, 3등급 발생률 25.3%보다 낮았다. CRV-101 투여군에서는 전신 및 국소 부작용 관련 3등급 발생은 보고되지 않았다.

    CRV-101 임상 2상 책임자인 윌리엄 스미스 박사는 “세계적으로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내약성 및 접근성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있다”며 “임상 3상에서도 CRV-101이 싱그릭스 대비 부작용 발생률이 낮고 비슷한 면역반응을 보인다면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국내 제약사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를 개발 출시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새로운 대상포진 백신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새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NBP1802’을 싱그릭스와 같은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다만 아직 초기 연구단계여서 개발이 완료되려면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스카이조스터가 해외에서 시장성을 확보하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스카이조스터는 살아있지만 약화된 바이러스를 활용한 생약독화 방식의 백신으로 개발 당시 싱그릭스가 아닌 MSD의 조스타박스를 비교백신으로 개발됐다. 1회만 접종하면 되고 접종비용이 15~20만원으로 싱그릭스(2회 접종 50만원) 대비 저렴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조스타박스의 대상포진 예방률은 50대 70%, 60대 64%, 70대 41%, 80대 이상에서는 18%로 나타났고, 스카이조스터는 조스타박스를 비교백신으로 개발돼 비열등성이 입증됨에 따라 비슷한 수준의 예방효과를 보인다. 반면 싱그릭스는 50대 96.6%, 60대서 97.4%, 70세 이상 97.9%의 예방효과가 각각 확인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5월 태국, 2023년 1월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품목허가를 획득했지만 아직 현지 출시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싱그릭스보다는 저렴하지만 독감백신과 등과 비교하면 고가의 프리미엄 백신인 만큼 동남아 국가에서는 수요가 크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조스터의 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 인증(WHO PQ)을 획득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상포진 백신 국제 입찰 시장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싱그릭스, 조스타박스와 경쟁 중인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접종자 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국내 수요도 감당하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