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게 터졌다’ 11번가, 공정위에 쿠팡 광고법 위반 신고연 초부터 이례적 경쟁사 언급 수수료 비교 ‘부글부글’급격하게 성장하며 곳곳에서 갈등 중… 일촉즉발 상황으로
  • 소비의 격전지 유통업계에서는 오늘도 총성 없는 경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소비의 예술은 단순한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다. 조금이라도 더 선택 받고 더 팔리기 위해서는 트렌드는 물론 소비자의 심리, 문화부터 인사, 디자인, 기업문화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분위기와 전략, 속살을 느낌 있게 풀어봤다. [편집자 주]

     “올 것이 온 거지요.”

    11번가가 지난 15일 쿠팡을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을 두고 나온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그동안 경쟁사와 별 다른 갈등을 빚지 않았던 11번가가 쿠팡을 신고하고 나선 것은 그간 누적돼 온 쿠팡과 이커머스 업계의 갈등이 임계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이 전반의 상황은 쿠팡을 둘러싼 업계의 이해관계와 경쟁구도를 빼고 이해하기 어렵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런 조짐은 연초부터 존재했다. 실제 새해 이커머스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쿠팡이었다. 정확히는 쿠팡이 지난 3일 자사의 ‘뉴스룸’에 공개한 해명문이 화두가 됐다. 

    당시 쿠팡은 한 언론에서 ‘쿠팡이 수수료 45%를 떼어간다’는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오픈마켓 경쟁사를 모두 동원했다. 11번가의 최대 수수료율이 20%에 달하고 G마켓-옥션의 최대 수수료율이 15%에 달하는 반면 쿠팡은 최대 수수료율이 10.9%에 그친다는 해명이었다. 

    이 쿠팡의 입장은 기존 유통업계에서는 여러모로 이례적인 것이었다. 통상 경쟁관계를 고려해 A사, B사로 익명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쿠팡은 이를 모두 실명 언급한 것에 더해 “그간 재벌유통사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쿠팡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폄훼해왔다”고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경쟁사에서는 공공연하게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다. 쿠팡의 매출 90% 가량은 모두 직매입(풀필먼트 서비스)가 차지하는데 수수료 비교에 한해서는 10% 안팎의 쿠팡 오픈마켓 서비스만 비교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쿠팡의 수수료에만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았다거나 광고료 등의 비용을 포함할 경우 실질 수수료율이 더 달라진다는 지적도 있다. 

    11번가가 가장 반발하는 대목은 비교 대상이 바로 최고 수수료율이라는 점이다. 

    11번가 측은 “극히 일부 상품에 적용되는 최대 판매수수료 만을 비교해 11번가의 전체 판매수수료가 쿠팡에 비해 과다하게 높은 것처럼 왜곡해 대중에게 공표했다”며 “11번가의 전체적인 판매수수료가 높다라는 오인의 소지를 제공함으로써 거짓 또는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11번가가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한 것은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해당 공지는 각사의 공시된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고, '최대 판매수수료'라는 기준을 명확히 명시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최대 판매수수료라는 언급이 있었냐는 점이 아니다.

    11번가 측은 이런 쿠팡의 이런 입장을 공정위에서 적절하게 판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적 안정적 관계를 가졌던 11번가가 쿠팡에 대해 이런 강경한 대응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장하면서 누적돼 왔던 경쟁관계가 임계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1번가는 모회사 SK스퀘어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을 상환하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강제매각 될 처지에 놓인 상황이다. 마땅한 원매자를 찾기 힘들어 안팎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중에 쿠팡이 한번 더 상처를 낸 셈이다.

    사업적으로도 쿠팡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우호적이기 힘들다.

    2019년 9%에도 못 미쳤던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2022년 24.5%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오픈마켓이다. G마켓과 11번가는 모두 점유율이 감소했다. 이에 따른 경쟁도 첨예해지고 있다.이미 신세계그룹은 ‘반 쿠팡연대’의 최선봉에서 G마켓을 필두로 전방위 압박을 진행 중인 상황. 

    이 외에도 CJ제일제당 등 제조사와의 납품가 갈등도 결과적으로 ‘반 쿠팡연대’를 단단하게 하는 배경이 됐다.

    쿠팡 안팎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쿠팡은 전체 유통시장 점유율 중 4%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시장점유율 확대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을 빚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경쟁이 가열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섬세하지 못한 방식이 반발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