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만든 국민제안 투표 1위·규제심판회의 1호 안건인 데도 처리 지지부진전문가 "저성장 장기화된 상황에서 규제 개혁 속도 내야"
  • ▲ 대형마트ⓒ연합
    ▲ 대형마트ⓒ연합
    정부가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규제 개혁 1호' 과제로 내세웠던 2022년 이후 2년여 만이다.

    윤 대통령이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풀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강도 높은 규제 혁신 드라이브를 예고했지만, 정작 개혁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국무조정실은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골목상권 침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됐다.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강제하면서 0시부터 오전 10시 영업을 제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경제계와 소비자단체들은 "현행 월 2회 휴업 의무와 영업시간 제한 등이 전통시장·골목상권 살리기에 별로 효과가 없고, 소비자 불편만 초래했다"고 반발해왔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는 윤 대통령 취임 뒤 대통령실에 신설한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으면서 총리 산하 규제 심판회의 1호 안건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와 대형마트, 중소상공인이 20여 차례 논의한 끝에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고 규제 개선에 나섰지만, 소상공인업계의 강한 반발로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해 2월 대구, 5월 충북 청주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것에 그쳤다.
  • ▲ 단통법ⓒ뉴데일리DB
    ▲ 단통법ⓒ뉴데일리DB
    정부는 10년 만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건전한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차별 방지 등을 목표로 도입됐다. 당시 30만 원 지원금 상한제를 내걸었지만, 가계통신비 인상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불법보조금이 난무하면서 무용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킬러규제 완화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킬러규제를 언급하며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한시가 급한 우리 기업이 뛸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각종 규제 개혁이 국회에서 가로막히고 있다. 정부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전체 규제혁신 법률은 222건이지만, 이 중 통과된 법률은 99건으로 44.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윤 정부의 규제 개혁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해 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노동·연금·교육 등의 개혁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할 일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방향이나 청사진을 제시해 본 적이 없다"고 쓴소리했었다.

    경제학 박사인 이성구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이사장도 "정부·여당은 중대재해법 등 문재인 정부가 망가뜨린 시장의 악법을 개혁하고 고치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문재인 시즌2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이사장은 "부동산 개혁을 예로 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교육·노동개혁과 달리 잘만 하면 반년 만에도 (개선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 바뀐 게 없다"면서 "(왜곡된 것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지표가 혼란스럽게 바뀔 수 있는데 괜히 손댔다가 그런 쪽으로 (지표가) 움직이면 욕을 먹을까 봐 가만히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 경제의 기반을 굳건히 할 때인데 (총대를 메고) 개혁할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저성장 장기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려면 규제 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오너의 사법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중대재해처벌법 논의도 당장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는 가운데 이를 2년 더 유예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여당은 법안 처리를 위한 협상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거부로 아직 이렇다 할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