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작년 순익 3조 4516억…전년比 3.3% 감소하나손보, 2년간 총 1400억 손실…자회사 편입 후 실적기여 '마이너스'장기보험 중심 체질개선 시급… '삼성화재 출신' 배성완 대표 임무 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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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손보
    하나금융그룹의 지난해 실적 하락에 보험 계열사인 하나손해보험의 적자 규모가 상당한 몫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손실이 주된 요인이었지만, 하나손해보험의 760억원 적자도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회사 덩치나 그룹 내 위상 등을 고려하면 하나손보의 적자 규모는 그야말로 '충격'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하나증권의 손실이 일회성인 반면 하나손보의 적자는 지난 수 년간 쌓여 온 경영 실패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전망 또한 어둡다. 작년 말 취임한 삼성화재 부사장 출신인 배성완 대표가 구원투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지 주목된다. 

    ◇ 하나손보, 작년 760억 적자…2년간 누적 손실 1400억원

    지난달 31일 하나금융은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3조 45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3.3% 감소한 수치다.

    하나증권이 투자자산 재평가 및 부동산 PF 충당금 반영 등으로 2708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이 컸다. 

    여기에 하나손보도 지난해 총 760억원 적자를 나타내며 하나증권의 뒤를 이었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2022년(-648억원)보다도 적자 규모가 더 확대됐다.

    하나금융은 지난 2020년 5월 교직원공제회로부터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770억원에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때 사명도 함께 변경했다.

    그룹사 포트폴리오에 부재했던 손보 라인업을 보강하기 위함이었는데, 인수 5년째인 현재까지 손실만 늘고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 자회사 편입 이후 실적은 ▲2020년 -16억원 ▲2021년 207억원 ▲2022년 -648억원 ▲2023년 -760억원 등이다. 유일하게 흑자가 난 2021년은 사옥매각에 따른 일시적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험영업손익은 900억원 가까이 적자였다.

    하나금융은 하나손보를 '디지털 보험사'로 키우기 위해 관련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주력 상품인 원데이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등 단기소액보험은 계약 건당 보험료가 몇 천원에 불과해 손해율이 낮아도 수익이 제한적이다. 계약건수가 압도적이면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하나손보의 시장 점유율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 2021년 야심차게 출범한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인 하나금융파인드도 2022년 140억원 적자를 내는 등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캐롯손해보험을 필두로 카카오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등 디지털 보험사 붐이 일었지만 모두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보험시장에선 아직까지 디지털 보험사 사업모델이 시기상조란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 ▲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하나손보
    ▲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하나손보
    ◇ 체질개선 시급… '삼성화재 출신' 배성완 대표, 구원투수 될까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하나손보 새 수장으로 업계 1위 삼성화재에서 부사장까지 역임한 배성완 대표를 영입했다.

    1968년생인 배 대표는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삼성화재에선 지역단장, GA사업부장, 장기보험부문장(부사장) 등을 거쳤다. 개인영업과 GA채널 영업 쪽 역량이 탁월하다는 평이다.

    장기보험 중심의 상품 라인업 재편과 영업력 강화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하나손보 입장에선 최적의 인물로 꼽힌다. 

    배 대표 입장에선 '디지털 보험사'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동시에 수익성까지 확보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자회사GA 하나금융파인드의 정상화도 시급한 숙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그간 은행 부행장 출신들을 계열사 대표로 보내며 예우해주는 경향이 짙었는데, 이번엔 외부에서 제대로 된 보험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라며 "그만큼 그룹에서 하나손보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하나금융이 하나손보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기 위해 손보사 인수합병(M&A)을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손보사 중에선 롯데손해보험의 가치가 가장 높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 입장에선 가격만 적절하다면 롯데손보 인수가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손보의 예상 매각가는 2조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