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현행법상 가해자 처벌 규정 없어"기업에만 책임 물어… 외국은 가해자에 최대 10년 징역"괴롭힘 범죄화 필요" vs "제도 개선이 우선" 논란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괴롭힘금지법)'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선 괴롭힘을 범죄로 명시해 가해자의 괴롭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등 법과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일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자료 지원 등 안내' 자료를 내놨다. 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접수된 건은 2만1411건이다. 이 중 검찰로 넘어간 건은 약 1.8%, 송치된 건 중 기소된 건은 약 0.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에 비해 실제 처벌이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 노동부는 검찰 송치 비율이 낮은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형사처벌은 현행법상 '(사업자가) 신고 등을 이유로 한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위반에 대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었다. 즉 검찰 송치된 건의 피고인은 가해자가 아닌 신고한 피해자의 사용자(기업)인 것이다.

    노동부는 또 2019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의 접수된 사건 2만6955건 중 수사한 건은 1만1220건으로 이 중 69%는 "사용자가 조사·조치 의무를 모두 이행해 법 위반 없음으로 처리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노동부 자체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 기준이 없다고 지적한 셈이다.

    근로기준법 중 괴롭힘금지법 관련 조항인 제76조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2항을 보면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다른 항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의 조치와 의무에 대해서만 나와 있다.

    외국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법적 근거로 마련돼 있다. 호주는 '브로디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최대 징역 10년을 내릴 수 있다. 영국은 최대 5년, 노르웨이는 최대 2년 형을 내릴 수 있다. 벨기에와 프랑스는 법적으로 괴롭히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가해자에게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현행법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재·노동 전문 손익찬 변호사는 "외국과 달리 직장 내 괴롭힘 자체를 우리는 처벌하고 있지 않다. 직장 내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줬을 때만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범죄화 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충분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손 변호사는 "다만 금지법이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우리나라엔 생소한 개념일 수도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범죄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명예훼손이나 폭행, 강요 이 정도가 아니면 처벌이 안 되는데 기존의 형사 범죄 말고도 (괴롭힘 중에) 범죄될 수 있는 영역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의 한 노무사는 "법이 있고 신고를 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법이 현실에서 돌아가는 매커니즘을 보면 (노동부가) 사실상 책임 회피를 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신고하면 노동청이 회사가 조치를 하게 한다. 회사는 노무 법인을 선임해도 회삿돈이 들어가다 보니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 조사 결과를 가지고 '조사 의무 이행했고 괴롭힘 없는 것으로 확인 됐다'라고 신고하면 그대로 종결된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노동청이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무작정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늘리는게 도움 될지는 의문"이라며 "괴롭힘 처벌 관련 규정을 늘려서 규율하는 것보다 현재 있는 규정이 잘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