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3월 6일까지 쌍용C&E 주식 1억25만4756주 매수비상장 주식 3자 평가 가능… 외부 정보 공개·간섭 부담↓신평사 “재무부담 늘고 경영 불확실성 커져” 우려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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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쌍용C&E의 지분 공개매수와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언제쯤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지 주목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쌍용C&E의 재무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다음달 6일까지 31일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쌍용C&E 주식 1억25만4756주를 매수한다. 이는 쌍용C&E 발행주식 총수의 20.1%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수 가격은 주당 7000원으로 총 매입액은 7029억원 수준이다.

    쌍용C&E가 먼저 공개매수 예정주식 중 4785만7142주(9.6%)를 사들이고 특수목적법인(SPC)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초과물량(최대 10.51%)을 매수한다. 쌍용C&E는 보유 중인 현금 1550억원을 활용하는 동시에 1800억원의 단기차입을 통해 공개매수 재원을 마련했다. 

    현재 한앤코시멘트홀딩스는 쌍용C&E 지분을 78.48%를 보유 중이며 자사주 비율은 1.41%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한앤코 지분율은 88.99%, 자사주 비율은 11.01%로 올라가게 된다. 쌍용C&E가 한앤코시멘트의 완전 자회사가 되는 셈이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쌍용C&E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한앤코의 행보를 쌍용C&E의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금 회수를 위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한앤코는 지난 2012년 쌍용C&E의 지분 9.3% 확보를 시작으로 2016년 경영권 지분 46.14%를 인수했다. 이후 유상증자 참여와 2대주주였던 일본 태평양시멘트 지분(32.36%) 확보를 통해 지분율을 78.68%까지 늘렸다. 구주 매수와 유상증자 신주 인수 등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만 총 1조4300억원에 달한다. 

    최초 주식 취득 시점으로 보면 약 13년, 경영권 인수 기점으로는 9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셈이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통상 3~5년 후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 없는 장기투자 행보다. 이에 따라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 재매각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고 투자 회수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모펀드가 인수금융 등 차입금을 활용해 인수한 기업이 주가가 하락하면 인수 금융 기한이익상실(EOD) 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반면 지분을 전량 사들여 상폐를 진행하면 기업가치 관리가 보다 쉬워진다. 시장에 공개된 주가는 관리가 쉽지 않지만 비상장 주식은 공정가치 평가 대상으로 기업가치를 회계법인 등에 제3자 평가를 맡겨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결정이 보다 수월해지고 외부 정보 공개 부담과 경영 간섭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각에서는 한앤코가 쌍용C&E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을 마치고 이자 부담이 늘어난 만큼 지분 확보를 통해 자금 충원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앤코는 작년 말 1조7000억원 규모의 쌍용C&E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금리가 연 7%대로 높아지면서 1200억원에 달하는 이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지분 확보와 배당성향 상향을 통해 모회사 재무지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쌍용C&E는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꾸준히 고배당 기조를 유지해온 바 있다. 

    다만 이번 결정이 한앤코가 기대한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가치 제고다. 신용평가사들은 쌍용C&E와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한 것과 관련 재무안정성에 부담이 생겼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한국기업평가는 자금 부담 확대 등을 반영해 신용등급은 A로 유지하되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부정적 검토는 등급감시(최대 3개월 이내의 신용등급 방향성에 대한 평가 시점에서의 전망)의 한 종류로, 등급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한기평은 “이번 공개매수로 쌍용C&E가 약 3350억원의 자금을 부담함에 따라 순차입금 규모는 약 1조6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한편 차입금의존도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금융비융도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대주주 한앤코시멘트홀딩스의 재무부담도 확대되면서 모회사 재무지원을 위해 쌍용C&E의 배당성향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는 게 한기평의 판단이다.

    한국신용평가도 “이번 공개매수에 쌍용C&E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3350억원의 자금 소요가 발생하게 됐다”면서 “쌍용레미콘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우려했다.

    또 1800억원을 차입하면서 쌍용C&E의 차입 부담도 재차 커질 것이라 보고 “기존 배당금 지급 부담과 더불어 이번 자기주식 매수 규모를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앤코의 지배력 강화로 경영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엑시트를 목적으로 하는 PEF의 특성상 상장기업으로 높은 가치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주가 리스크 관리와 매각 효율화를 위해서는 비상장으로 전환하는 게 낫다고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PF리스크와 주택 수주 부진 등 건설경기 전반의 불황으로 시멘트 업황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3조원이 넘는 빅딜을 할 수 있는 인수주체도 마땅치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