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8000억원 규모 492만주 주식 소각 발표증권사들 “실적 둔화에 장기 성장성 증명 못해”상반기 배터리 부진 전망… “SK온 기업가치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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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이 창립 후 첫 자사주 소각 등 강도 높은 주가 부양책을 펼치고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배터리사업의 수익성 회복 여부에 주가 상승 시점이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보통주 주당 12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7월 26일 장중 주가가 22만95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약 7개월 만에 반토막난 수준이다. 당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정유 시황의 회복에 따른 실적 기대감과 이차전지관련주들의 강세에 따라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뚜렷한 반등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회사 출범 이래 처음으로 발표한 자사주 소각도 주가 반등의 동력이 되지는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492만주를 소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약 8000억원 규모로 소각 예정일은 오는 20일이다. 이는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최대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 정책에 나선 것은 2018년 자사주 1조원 매입 이후 5년만이다. 특히 자사주 소각은 2011년 출범 이후 최초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적극적인 주가부양책으로 통한다. 

    김진원 최고재무책임자(CFO)도 SK이노베이션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정책에 부응하고 주주와의 대화 등을 통해 여러분들게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5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17% 오른 12만7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다음날 바로 4.96% 하락한 12만800원까지 떨어졌고 현재는 12만2000원대에서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실적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77조2885억원, 영업이익 1조903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1% 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51.4% 감소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17% 줄어든 5463억원에 그쳤다. 정제마진 약세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에 따라 실적이 크게 둔화했다.  

    여기에 회사의 성장성도 부각하지 못했다. 지난해 배터리사업의 연간 매출액은 12조897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적자폭을 절반 가량 줄인 점은 고무적이지만 SK이노베이션은 당초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 시기로 점친 바 있다. 높은 금리 수준과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전방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배터리사업 흑자전환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1년 1월 7일 보통주 주당 주가가 26만8000원까지 오르며 10년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배터리사업 성장세에 따라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덕이었다.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제마진 강세 가능성과 중국 신규 광구의 본격적 실적 반영에 따라 정유사업 전망은 나쁘지 않으나 배터리사업의 경우 상반기에도 부진한 실적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지난 6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온 관계자도 “상반기 중국, 헝가리 신규 설비들의 배터리 수율 안정화 및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에 따라 일시적 수익성 둔화가 예상된다”면서 “매출 증가 및 수익성 확보 활동으로 하반기 영업이익 손익분기점(BEP)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주가를 일제히 낮춰잡은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월 증권사 12곳이 SK이노베이션의 목표가를 내렸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터리사업의 이익 창출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며 사업 가치를 기존 5조3000억원에서 0으로 깎았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불확실함을 감안해 사업 별 가치 합산 평가(SOTP)에서 SK온 가치를 일시적으로 제외한다”면서 “SK온의 사업 가치는 수익성이 상향될 시 다시 반영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도 배터리 판가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조지아 공장 고객사 변경 등 영향에 따라 가동률 또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올해 정유업황은 비교적 우호적으로 예상되나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SK온의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