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까진 부진했으나, '업계 최고' CSM 유지하며 호실적 달성신계약 CSM, 업계 '2위'…재무건전성도 하락세에서 '턴어라운드'정종표 '시즌 2', 해외·요양·펫 등 신사업 통해 업계 '넘버원' 정조준
  • ▲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DB손해보험
    ▲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에서만 35년 넘게 몸 담고 있는 정종표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첫 성적표를 받았다. 해외 사고로 인한 일회성 비용 반영에도 호실적을 기록한 데다 건전성 지표 역시 개선되면서 다음 달로 마무리 예정인 임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번째 임기에서 정종표 대표는 해외 신시장과 요양·펫보험 등 신사업 진출을 앞세워 업계 '넘버원'을 노리고 있다.

    16일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DB손해보험은 지난해 연결 기준 2조2355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1조3330억원에 비해 67.7%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9880억원에서 1조7494억원으로 77.0% 증가했다.

    앞서 DB손해보험의 실적은 일반손해보험부문 손익 부진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다소 주춤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8261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9650억원에 비해 7.07%, 순이익은 같은 기간 1조4677억원에서 1조3962억원으로 4.87% 각각 감소했다. 3분기 실적만 떼어놓고 보면 영업이익(5440억원)은 21.7%, 순이익(4191억원)은 19.0% 각각 줄어들었다.

    이는 하와이 산불과 괌 태풍에 따른 일회성 사고로 일반보험 손해율이 약 700억원, 금리상승 등 공정가치 측정금융자산(FVPL) 평가손실로 인한 500억원 등이 반영된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유지하면서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CSM은 올해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신설된 지표로, 보험사의 미래 이익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CSM이 높을수록 이익이 많아진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보험사들도 앞다퉈 CSM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DB손해보험의 CSM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조원으로, 전분기보다 3.02% 늘어났다. 게다가 신계약 CSM을 2조1253억원 확보하면서 추가 동력을 마련했다. 이 기간 신계약 CSM이 2조원을 웃도는 손해보험사는 업계 1위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뿐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DB손해보험의 견조한 신계약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3분기 기준 CSM 잔액이 12조6000억원까지 상승했고 상반기에 이어 CSM 상각 규모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으며 예실차 또한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무건전성도 튼튼하다. 지난해 DB손해보험의 K-ICS비율(신 지급여력비율)은 △1분기 210% △2분기 219% △3분기 214%로 210%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보험업법이 규정하는 개선 기준 100%는 물론,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웃돈다. 

    앞서 DB손해보험은 2021년 3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5분기 동안 지급여력비율(RBC, 옛 지급여력제도 기준)이 213%에서 170%까지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정 대표 체제에서 DB손해보험은 재무건전성 악화 추세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정 대표의 임기는 3월26일까지로, 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1년 동안 DB손해보험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데 이견이 많지 않다"며 "올해도 보험사들은 새 회계 기준(IFRS17)상 전진법 적용 등의 회계 불안정성과 싸워야 하는데 DB손해보험이 짧은 임기 동안 준수한 경영능력을 보여준 대표이사를 굳이 교체할 이유는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은 목표인 '업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해외관리파트, 미주보상파트 등 2개 파트를 신설했다. 정 대표 취임 이후 이뤄진 첫 조직개편이다.

    해외관리파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사업 추진과 사업운영 업무를 분리하기 위해 신설됐다. 앞서 베트남 내 시장점유율 10위권 이내의 손보사 2곳을 인수한 만큼 관련 조직을 신설해 이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풀이된다.

    이와 함께 주요 해외사업 거점인 미국 사업 강화를 위한 미주파트도 신설했다. DB손해보험은 미국에서 하와이, 괌, 캘리포니아, 뉴욕 등 4개 지점을 통해 현지인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 주택화재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손보업계의 새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요양사업 및 펫보험 시장 선점을 위해 상품경쟁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펫블리 반려견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의 연간 보장한도는 2000만원이며 수술 1일 한도는 250만원이다. 업계 최초로 반려견 MRI, CT 촬영시 일당 한도를 100만원으로 늘린 것이 특징으로, 높은 가성비가 강점이다.

    같은 달 업계 최초로 요양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사용한 만큼 실손으로 보장하는 '요양실손보장보험'도 출시했다. 이 상품을 독창성을 인정받아 6개월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앞서 정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펫보험, 헬스케어 등 본업에 연계한 신수익 모델을 발굴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흥시장 진출과 함께 기 진출지역 사업 강화를 통해 해외사업을 본격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