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초저가' 앞세워 韓 시장 공습네이버·카카오, 커머스 성장률 뚝… 광고 파트너십 대응국내 기업만 옥죄는 역차별 규제 논란… "제도 개선 마련 시급"
  • ▲ ⓒ각사
    ▲ ⓒ각사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규제를 피해 역차별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네이버 카카오는 중장기적으로 단계별 전략을 마련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앱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1월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717만명으로 1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테무의 MAU 역시 459만명으로 4개월 만에 10배 이상(1261%) 늘어났다. 국내 이커머스 쇼핑몰 앱 순위 기준으로도 알리익스프레스(3위)와 테무(5위)는 쿠팡(1위), 11번가(2위)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파격적인 초저가 정책으로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당기고 있다. 다양한 제품군을 박리다매식으로 판매하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 여기에 '무료 배송'을 전면적으로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무는 작년 한 해에만 17억 달러(약 2조 2698억원)에 이르는 온라인광고 비용을 지불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역시 같은 기간 12억 5962만 달러(1조 6816억원)에 달하는 돈을 광고비로 썼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홍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들은 이커머스 부문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커머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7% 늘었지만, 포시마크 인수 효과를 제외하면 4.9% 증가한 것에 그쳤다. 매년 커머스 부문 실적이 두 자릿수의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성장률이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주력인 톡비즈 매출이 전년 대비 14% 늘어난 5815억원을, 톡비즈 거래형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한 2770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에 비해 커머스 성장률이 높지만,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세를 감안했을 때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당장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다. 네이버쇼핑의 경우 이들이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도 '가격 소비'가 아닌 '가치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부정적인 기류에 선을 그었다.

    이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쟁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알리는 네이버와 연동해 광고를 집행하고 있고, 테무도 광고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새로운 플레이어가 참여하면서 마케팅 수요가 늘어 광고비 집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알리·테무 위주로 재편된다면 마케팅 비용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전자상거래법이나 표시광고법 등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과 역차별 논란이 나오는 것. 관세와 부가세, KC 인증 등 국내법에 따른 절차가 필요없어 초저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들이 국내 브랜드의 '짝퉁(가품)'을 유통하며 불공정행위로 초저가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선 삼성전자, F&F 등 국내 기업 브랜드들의 짝퉁이 아무런 제재 없이 팔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플랫폼경쟁촉진법(플랫폼법)에서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세와 부가세 등에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가 동등한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