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사태 시나리오]醫政 강대강 대치 국면 속 장기화 우려 개별적 집단사직 이어지면 파국… 사상자 속출 2000명 증원시 정책패키지 재설계 관건 전공의 대상 '업무개시명령·소송' 중단 선언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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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의대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며 조율점을 찾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면 대형병원 중심으로 의료기관의 기능이 마비되고 환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다. 역대 최악의 의정갈등이 발생 중이나 사상자 발생 이전에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현 상황에 비춰 몇 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해보자. 

    ◆ 전공의·전임의 사직에 동네의원 휴진시 '의료 마비' 

    21일 이틀째 전공의가 빠진 의료현장에서 수술과 입원이 밀리고 외래까지 중단되는 사태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이미 예상됐던 부분이며 점차 수위가 올라갈 전망이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임상강사)까지 병원을 떠나는 형국이라 진료일정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번 주가 지나면 심각성은 커진다. 사태의 장기화와 의원급 집단휴진 등 투쟁 확산이 맞물리면 대한민국 의료는 셧다운 직행이다. 실질적 의료대응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각 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은 중증, 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 세팅이 바뀌었지만 이조차도 궁여지책이다. 일선 수련병원에선 교수만이 남아 당직을 돌아야 한다. 교수 대비 전공의 비율이 높은 병원부터 마비가 시작되는데 이미 지역의료부터 붕괴가 발생하고 있다.

    실시간 응급실 현황이 보고되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환자를 받기 힘들다는 메시지가 계속 뜨고 있다. 실제 '전공의협의회 단체행동으로 응급실 축소 운영 중', '추적관찰(F/U) 외 환자 수용불가'라는 내용이 게시됐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속 교수는 "환자를 수용해도 배후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전원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이 사태가 지속되면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간호사들의 업무로딩이 심해지고 있다. PA(진료보조) 간호사 역할론이 강화되고 있지만 이조차 인력을 갈아 넣는 방식이기 때문에 얼마 버티지 못한다. 

    ◆ 2000명 받으면 '혼합진료 금지' 해제… 전공의 복귀 통로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요구에 힘입어 2000명 증원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한다'는 주장에 "의료계는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의료대란이 시작된 상황에서 의료계의 논리가 관철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정부를 탓하기 위해 환자를 볼모로 삼은 구조에 갇힌 것이 한계 요인이다. 

    이러한 사태가 지속돼 사상자가 나오면 국민적 공분은 의사를 향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의대증원 2000명을 받고 대안을 찾는 쪽으로 정리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혼합진료 금지, 실손보험, 비급여 관리 등 영역에서 조율점을 찾는 방법이 타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수가 체계에서 급여 항목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 없어 고가의 비급여 진료로 이를 보완하는 형태였는데 정책 패키지로 이 부분에 제동을 걸게 되면 의료기관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의대증원보다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를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 재설계 등 전반적 틀을 의료계 입장으로 바꾸는 시도가 오히려 현명하다. 

    서울 소재 종합병원 교수는 "원칙적으로 의대증원에 반대하나 당장 환자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으로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바뀔 수 없는 부분이라면 의료계가 요구하는 제도적 보완책을 견고하게 설계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봉합의 전제조건은 전공의의 자발적 복귀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총회의 결과를 알리진 않았지만 자발적 '의업 포기'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특정 단체나 인물 주도로 벌어진 집단행동이 아닌 사직이나 휴업을 자율적으로 했는지 여부가 추후 소송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 점검했다"고 확언했다. 그는 "지난 2020년 파업 당시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하는 방식의 '블랙아웃'도 통하지 않는다"며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 명령서가 송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도 일선 대형로펌과 접촉하며 전공의를 보호할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면허정지나 취소 결정을 염두에 두고 재판에 임하는 것은 전공의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크다.

    정부도 강대강 대치를 끝내고 의료계와 조율점을 찾고자 한다면 법적 대응 등 강경 대처를 멈추고 열악한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전향적 자세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 500명으로 합의… 가능성 희박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희박하다. 야당 측이 "의료계가 수용할 수 없는 수치를 제시해 반발을 극대화시켜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은 후 500명 규모로 축소해 원만하게 타협을 끌어내는 정치쇼"라고 지적한 순간 이 시나리오는 실현 불가능으로 귀결됐다. 

    총선 이후 줄어든 수치로 타협한다면 애초에 의사가 아니라 정부 계획대로 의료대란을 일으킨 꼴이 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의대증원이 무산된다는 것은 '국정 레임덕'까지 올 수 있는 엄중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의료계 차원서 제시한 수치는 의대학장들이 소속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서 제시한 350명이 유일하다. 의협은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였고 협상 테이블이 였던 의료현안협의체는 평행선을 그리며 끝났다. 

    정부는 증원규모 2000명에서 변경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박민수 차관은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허황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의료계는 단순 의사만 늘려서는 필수, 지역의료의로의 유입이 어렵고 늘어난 의사가 확충되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가중되며, OECD 국가 대비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아 의사 수 부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