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교대 정시모집 최초합격자 미등록률 10%대 이상정부의 교원 감축 기조, 교권추락 민낯으로 교대 인기 하락세교대 외면하는 인재… 학교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우려 커美 교원 열악한 처우로 이탈… 공석이거나 자격 미달자들로 채워져
  • ▲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위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위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뉴데일리DB
    한때 학생들 사이에서 선망받는 직종으로 꼽혔던 초등교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교육대학교 10곳 중 합격자 현황을 공개한 8곳에서 정시모집 최초합격자의 13.1%가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으로 2023학년도에는 15.9%의 학생이 등록을 포기했다. 앞선 2022학년도의 8.6%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교대 정시 최초합격자 중에는 수능 국어·수학·탐구영역 평균 4등급대인 학생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의 인기가 시들해진 원인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교원 감축이 현실화되고 있고, 여기에 서이초 교사 사건 등으로 인해 교권 추락의 현실이 수면 위로 떠 오른 점이 꼽힌다.

    교대의 위상이 지속해서 떨어지면 유능한 인재들이 교육 현장을 찾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학교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교사 증원해서 학생의 다양한 수요 맞춰야… 과감한 결단 필요한 시점"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교원 감축을 논의 중인 정부를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에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교원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기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럴 때일수록 교원을 증원해서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문상담, 정서·행동 교정, 특수교육 등 학생들의 수요는 앞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양질의 교육 현장을 위해서 학급당 학생 수가 지금보다 더욱 줄어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대변인은 현재 교원 기피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수한 인적 자원이 교원을 기피하면 교육 전반에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며 "교육의 질적 저하가 계속되면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미숙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교사에 대한 낮은 처우 등을 교대 인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윤 정책실장은 "교원이 되기 위해 들였던 비용에 비해 교사의 초봉이 너무 낮다"며 "특히 교권 추락의 민낯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학업 성취도가 우수한 학생들은 교대가 아닌 다른 길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대의 인기가 줄면서 교사라는 직업이 주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많이 희석되고 있다"며 "교사가 기계적으로 교육 활동을 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학생이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정책실장은 "교사의 질적 저하로 인한 공교육 질적 저하가 초래된다면 계층 고착화가 더 심해지게 된다"며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학부모는 더욱 사교육에 매달리게 되고, 비싼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가정은 계층 이동의 수단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 자체가 존중받을 만한 것이라는 인식을 정부 차원에서 심어줬으면 한다"며 "보여주기식, 홍보성 정책이 아닌 정부와 교사들이 긴밀히 소통해서 실효성 있는 교육 정책을 함께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교사가 떠난 자리 퇴역군인이 채워…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국의 교원 부족 현상

    교권 추락과 그로 인한 유능한 인재의 이탈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미국은 교원의 낮은 임금과 처우 문제로 인해 교사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가정에서 치안이 나쁘고 평가가 좋지 않은 공립학교를 다닌다.

    양질의 공교육 부재는 소득이 낮은 가정의 학생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이는 학생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양극화 현상을 가속시킬 수 있다.

    최근 미국의 많은 주에서 교사들이 역사와 인종차별, 젠더와 성적 지향 등에 대해 발언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에 교사들에 대한 각종 요구 사항이 늘고, 인종차별·성소수자 문제와 같은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주의 등으로 인한 수업 내용 논란도 늘면서 정신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는 교사들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교사들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도 타 직업 대비 낮은 급여를 받는다는 점, 원격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떠난 빈자리는 대학생이나 퇴역군인들이 채우는 실정이다.

    지난 2022년 8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교사 부족이라는 대재앙에 직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같은 해 1월 일리노이교육감협회(IARS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0개 교직이 공석이거나 자격 미달인 자들로 채워져 있다.

    코로나 이후 미국의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교육 교사들의 숫자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교사 부족 사태가 장기화 되면 미국 공교육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