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불사하던 금융노조, 이번엔 은행 아군 자처 "당국이 위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준 격” 금융당국 책임론 힘 실려… 銀, 배상안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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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강대강 대립을 하던 은행권 노사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주가연계증권)의 대규모 손실 사태를 놓고 모처럼 손을 맞잡았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최근 ‘ELS 사태에 대한 금융노조 입장’을 내고 “금융당국이 ELS 사태를 예견하고도 막지 못했다”며 은행권의 아군을 자청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1월 금융위원회는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제고 및 파생결합증권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며 특정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DLS(파생결합증권) 발행규모 증가에 따른 증권사 리스크 증가를 우려했다. 

    당시 ELS‧DLS 사례를 들며 특정지수 쏠림 현상 지속으로 해외증시 하락 시마다 증권사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3년 뒤인 2019년 12월에는 DLS‧DLF 사태 수습을 위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ELS는 고위험 투자상품이기에 은행 판매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금융당국이 2019년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방안을 통해 ‘은행의 특수성, 소비자 접근성 등을 고려해 조건부로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외면한 채 은행이 위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준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당국은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난하며 비이자수익 확대를 압박했다”며 “이번 ELS 사태는 당국의 은행 비이자수익 확대에 대한 압박과 금융회사의 성과 중심의 탐욕, 그리고 양측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초래한 인재”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들은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과 투기적 금융 장려의 희생양이 됐다”면서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의 방관자가 아닌 원인 제공자이며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선 지난해 12월 금융노조는 은행연합회에 ELS 손실사태에 대한 은행별 대응방안을 공유하는 등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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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S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은 금융노조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 등 시민단체, 정치권에서도 강하게 일고 있다. 

    지난달 15일 ELS 피해자모임·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는 감사원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금융당국의 금융상품 관리‧감독업무 태만 등이 홍콩 ELS 사태를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달 20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십 수년간 키코, DLF,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금융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배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예측할 수 있었지만 예방하지 못했고, 경험은 했지만 교훈을 얻지 못했으며, 실행보다 시늉이 앞섰던 금융당국이야말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일 ELS 책임분담기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면서도 분담기준안 발표 전부터 은행들에게 ELS 투자 손실에 대한 발 빠른 배상을 하라며 재차 압박하고 있다. 

    은행들은 불완전판매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자율배상을 하면 배임 등 더 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는 11일 분담기준안을 바탕으로 배상금과 과징금 규모 산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다음주 ELS 배상안 발표와 금감원장 만남을 기점으로 판매잔액·불완전판매 비율에 따른 배상금 규모를 비롯해 징벌적 과징금액 산정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라며 “은행 간 배상금 기준, 규모를 두고 눈치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