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32년 만에 최대폭 상승 등 장바구니 물가 부담식료품 외에 외식물가·공공요금도 상승세 지속 중유가상승에 농산물 수급비상까지 물가 상방압력 커정부, 물가안정책 쏟아내지만 2%대 목표 달성 흔들
  •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전체 평균 3.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햄버거가 8.2%로 오름폭이 가장 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햄버거 매장.ⓒ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전체 평균 3.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햄버거가 8.2%로 오름폭이 가장 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햄버거 매장.ⓒ
    32년 만에 최대로 오른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 급등과 유가 상승세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대로 재진입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한 '2%대 물가 안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농산물 할인 지원에 나서는 등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상 악화에 따른 농산물 수급 어려움과 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한 물가 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1월 물가가 2.8%로 떨어지면서 안정되는가 싶더니 한 달만에 다시 3%대로 재진입한 것이다. 

    물가 상승세는 농산물이 주도했다. 사과(71.0%), 귤(78.1%), 배(61.1%), 딸기(23.3%) 등 과실이 40.6% 오르며 1991년 9월(43.7%)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채소도 지난해보다 11.3% 오르며 식료품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렇다 보니 과일·채소와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계란 등을 포함하는 식료품 물가가 7%가량 폭등하는 등 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이며 장바구니 물가가 연일 비상 상황이다. 

    유가도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 하락 폭은 1월(-5.0%) 보다 축소된 1.5%에 그쳤고, 전체 물가 기여도 역시 1월 -0.21%포인트(p)에서 -0.06%p로 줄면서 상대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도 전년 대비 3.8%로 여전히 높았다. 햄버거(8.2%), 김밥(6.4%), 냉면(6.2%), 도시락(6.2%), 치킨(5.4%) 등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27개가 평균을 웃돌았다.

    그동안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였던 전기·가스·수도도 전년 대비 4.9% 상승하는 등 좀처럼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난방비가 12.1% 오르며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요금 인상은 미뤄뒀지만, 이후엔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상된다. 국제 에너지원가 인상 추이와 한전·가스공사 등의 적자 상황을 고려하면 큰 폭의 요금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중동 지역 불안 및 오펙플러스(OPEC+)의 자발적 감산 연장 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기상여건 악화 등 물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물가 상승 추세로 볼 때 정부가 목표로 한 '2%대 물가' 안정이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급 불안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세에 국제유가 또한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최우선 과제로 '물가·서민생활 안정'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는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2%대 달성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주요국들의 '고(高)물가' 상황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12일(현지시간) 발표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1%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유로존의 물가도 3%에 근접하는 등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할인지원 600억원 확대, 수입과일 신속 도입, 비축·방출 등을 추진하는 한편 석유류·서비스 가격 등 물가 불안 품목에 대한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