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CEO 중 신한‧대신證 제외 일제히 물갈이리스크 강화 방점…각종 경험 쌓은 현장형 CEO 내세워경영 안정 및 부동산 PF 따른 작년 실적 부진 해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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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국내 증권가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 대표적인 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회사를 새롭게 이끌어 갈 진용이 꾸려진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실적 하락과 각종 리스크 문제를 겪었던 만큼, 신임 대표이사를 앞세워 실적 회복과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투·삼성·KB·NH·메리츠·신한·하나·키움·대신증권) 중 신한‧하나‧대신증권을 제외한 7개 증권사에서 CEO 교체가 이뤄졌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로 아직 교체를 결정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와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를 제외한 주요 증권사들이 모두 CEO 교체를 단행한 셈이다.

    교체된 CEO는 대부분 오랫동안 임기를 이어간 이른바 '장수 CEO'다. 

    신호탄은 미래에셋증권이었다. 미래에셋증권 창업 멤버이기도 한 최현만 전 회장이 26년 만인 지난해 10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메리츠증권에서는 14년 동안 임기를 이어온 최희문 전 대표가 지난해 후임자인 장원재 사장에 자리를 내줬다. 

    한국투자증권도 5년간 대표이사를 맡던 정일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1세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문가인 김성환 대표를 새롭게 선임했다. 지난 6년간 삼성증권을 이끌어 온 장석훈 사장의 자리도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대체됐다.

    회사로선 흔치 않은 3연임에 성공했던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6년 만에 물러났다. 후임 대표로는 이른바 '정영채 사단'의 일원이자 기업금융(IB) 전문가인 윤병운 IB사업부 부사장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대형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지난 2014년부터 약 10년간 CEO 자리를 지켰던 김신 SK증권 사장도 물러난다. 이에 따라 기존의 김신·전우종 각자 대표 체제는 전우종·정준호 각자 대표 체제로 바뀌게 됐다. 다만 김 사장은 회사에 남아 해외 영업이나 신사업 구상 등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밖에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주원 흥국증권 대표 등이 CEO 명함을 내려놓게 됐다.

    업계에선 이번에 새롭게 선임된 신임 대표들이 증권업계가 당면한 상황을 잘 헤쳐 나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고 평가한다.

    실제 현재 증권사들은 국내 PF 시장 침체에 따른 딜 감소, 기존 사업장 관리 등 각종 리스크 문제에 직면했다.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인수금융 등 전통적인 IB 사업 영역의 경쟁도 격화하는 추세다. 

    자산관리(WM) 부문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고액 자산가를 유치하기 위한 대형 증권사 간의 출혈 경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만 최근 새롭게 선임된 CEO들이 직전 대표들보다 평균적으로 나이가 젊고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이들에 거는 기대도 큰 상황이다. 실제 이번에 새로 선임된 대표들은 대부분 50대로, 직전 대표 나이 평균보다 2살 이상 낮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불확실한 증권업황 속에서도 사업 다각화, 리스크 관리를 통한 실적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국내 부동산 PF 시장 침체 등 IB 영업 환경 악화를 타개할 만한 묘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지침을 지킴과 동시에 신사업 추진을 통한 미래 먹거리도 만들어야 한다"라며 "급변하는 자본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으면서도 현장·실무 경험이 풍부한 수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