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요청정기 주총 후 임시 주총도 계획한미약품그룹 경영 복귀 후 바이오의약품 사업 강화할 것
  • ▲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간 통합 과정을 보면 어머니(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와 동생(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경영권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영) 경험이 없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덜 된 것으로 보이는데 불완전거래라고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게 맞다며 설득하고 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

    ‘키맨’으로 주목받는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이 이번 주 중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주주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목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지난 19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확보 지분을 28.42%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은 35%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 싸움에서 열세인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 국민연금공단은 7.66%, 소액주주는 20.5%를 들고 있다.

    신동국 회장과 아직 특별한 접촉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임종윤 사장은 국민연금공단에 이번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가 기금의 주인인 국민의 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관심을 갖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주총회 의결권에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방침을 말한다.

    국민연금기금 책임 투자 제1원칙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대상과 관련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책임투자를 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통합 방향을 보면 법적 분쟁 소지가 많고 거버넌스가 굉장히 불투명해 보인다”면서 “투명한 경영을 지향하는 ESG경영에도 역행하는 만큼 국민연금이 법률적 문제를 고려해서 올바른 쪽으로 의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종윤 사장은 더 많은 주주들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에 복귀한다면 한미약품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갈 지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했다. 기존 합성의약품 중심의 사업을 단가가 높은 바이오의약품 사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영업이익을 1조원대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그는 “한미약품은 450종의 합성의약품을 개발하고 자체 생산한 노하우가 있는데 바이오의약품 100개를 못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CDO(위탁개발) 또는 CRO(위탁연구) 사업에 집중해 개발 전문사로 나가는 게 기업가치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통합 필요성으로 R&D(연구개발) 자금 확보와 함께 상속세 납부를 들었던 만큼 임종윤 사장에 대해서도 상속세 납부 방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임종윤 사장은 “상속세 납부가 부담돼 회사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면 회사를 운영하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다”면서 “우리가(임종윤·임종훈 사장) 돈이 없다고 인신공격 당하고 있는데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정기 주주총회가 끝나더라도 송 회장·임주현 사장과 다툼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이후 다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할 의사를 내비쳐서다.

    그러면서 지분 매각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임종윤 사장이 이번 분쟁을 기회로 지분 가치를 극대화한 뒤 매각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돼 왔다.

    임종윤 사장은 “정관도 변경해야 해 임시 주주총회도 생각 중이다”면서 “지분 매각의사는 없다. 만약 매각할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매각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임종윤 사장은 자신의 경영능력을 믿고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과 동생(임종훈 사장)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승률 높은 감독과 코치가 팀을 이기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 25%를 기록한 북경한미약품을 오랫동안 경영한 경험이 있다”면서 “현재 10%가 되지 않는 한미약품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을 25%대로 올린다면 기업가치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임종훈 사장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며 입장을 나타냈다.

    임종훈 사장은 “이번 일로 인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한미약품그룹이 더 많이 성장하려면 한미의 문화를 아는 사람이 경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서로 엇갈린 의견을 내놓으면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향방은 안갯속에 빠진 모습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이 제시한 이사 6명 선임안건을 전원 찬성하면서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제안한 이사 5명 선임안건의 반대를 권고하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한국ESG기준원(KCGS)은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제안한 이사 5명에 대해 전원 찬성,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제안한 이사 6명에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 이사 6명 중 3명에,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 이사 5명 중 2명에 찬성을 권고하는 중립적인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