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기준금리 0.25%p↓…팬데믹 후 주요국 중 처음미국‧영국 등 글로벌 중앙은행 금리인하 시동한은, 미국 금리인하 직후 인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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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이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고금리를 유지하던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긴축 철회의 스타트를 끊은 것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50%로 25bp(1bp=0.01%p) 인하한다고 밝혔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첫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6월까지는 변동 없이 유지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도 빗나갔다. 로이터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SNB는 금리를 1.75%로 동결하고 최소 3개월 더 기다렸다가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몇 달 동안 물가상승률이 2%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당국이 물가 안정이라고 생각하는 범위 안에 들었다”며 “새로운 예측에 따르면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이 범위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물가상승률은 1월 1.3%, 2월 1.2%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깜짝 금리인하를 계기로 세계적인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본격 시작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등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 올해 안에 3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21일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했지만, 통화정책위원 9명 중 1명이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냈다. 특히 나머지 8명이 동결 의견을 냈는데, 인상 의견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은 2021년 9월 회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달 초 금리를 동결한 후 6월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최근 콘퍼런스에서 “우리의 정책 결정과 관련된 경제지표들에 대해 4월에는 조금 더, 6월에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중앙은행도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긴축이 끝났음을 시사했다. 지난 19일 통화정책 회의 이후 낸 성명에서 지난달까지 사용하던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피벗 기대가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언제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인상한 후 1년 2개월째 동결하고 있다. 

    시장은 한은이 독자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그에 맞춰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역대 최대인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져 외국인 자금 이탈이나 환율 상승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기를 6월로 점치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를 의결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6월엔 개최되지 않기 때문에 7월에서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어렵다"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는 것도 7월 이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6월 인하를 단행하면, 이를 확인한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0.25%포인트씩 7·8월 연속 인하한 뒤 10·11월 중 한 차례 더 내려 연말까지 모두 세 번, 0.75%포인트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이 6월에 금리를 낮추면 한은도 7월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7·8월 중 한 번, 10·11월 중 한 번, 이렇게 연내 두 차례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