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분사 이후 첫 결손금… 바닥난 잉여이익금강제매각 처지에 놓인 11번가, 추가투자 가능성 낮아결국 자구책 찾아 비용절감… 사옥 이전까지 검토
  •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의 심장이 식어가고 있다. 11번가에서 그간 쌓여있던 잉여이익금이 미처리결손금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이후 3년 째 적자를 기록하면서 마침내 곳간이 바닥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11번가 연말에 이어 두 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도 이런 재무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11번가는 사옥이전을 비롯한 다양한 비용절감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일 11번가에 따르면 회사의 잉여이익금은 지난해 말 기준 -698억원을 기록하며 미처리결손금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1313억원의 당기순손실과 50억원 규모의 배당 금 등이 반영되면서 2022년 말 기준 702억원에 달했던 잉여이익금이 단번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11번가에서 미처리결손금이 생긴 것은 2018년 분할 이후 처음이다. 

    이로서 11번가가 지난 2018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유치했던 투자금은 사실상 바닥나게 됐다. 11번가의 모회사 SK스퀘어는 당시 나인홀딩스 컨소시엄 등으로부터 약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중 주식발행초과금 9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 이익잉여금이 버틴 기간은 길지 않다. 11번가는 지난 2019년 반짝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단 한번의 흑자도 기록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2021년 이익잉여금이 바닥나자 다시 주식발행초과금 17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추가 전입됐지만 이마저도 2년도 버티지 못했다.

    11번가는 아직 2237억원에 달하는 주식발행초과금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상황은 결손금을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전입해 해결하던 2021년과 크게 달라졌다. SK스퀘어에서 11번가에 대한 FI의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FI가 SK스퀘어의 지분을 포함해 11번가를 매각하는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 행사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강제 매각 처지에 놓인 SK스퀘어 입장에서는 결손금 보존을 통해 배당재원인 이익잉여금을 확보하기 보다는 결손금을 방치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SK스퀘어에서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11번가가 이 결손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비용을 줄이고 자체 이익을 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11번가가 지난해 말 창사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한 이후 3개월만인 최근 다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1번가는 이 외에도 다양한 비용절감 방법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사옥 임대료에 대한 시장조사까지 진하기도 했다. 현재 사옥으로 쓰는 서울스퀘어의 임대료와 다른 지역 임대료를 비교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것. 아직 구체적인 사옥 이전 결정이 내려지진 않았지만 회사 측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1번가는 SK플래닛으로부터 분사한 2017년 이후 서울스퀘어를 사옥으로 써왔다.

    11번가 관계자는 “회사에서 비용절감 방안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사옥 임대료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것일 뿐”이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반적인 효율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사옥 이전은 확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