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국토안보위, '생물보안법안' 통과… 中 바이오기업 거래 제한美 매출 비중 높은 우시바이오로직스 직격탄 전망캐털란트, 노보홀딩스에 인수… 비만약 개발 고객사 이탈 우려삼바, 4공장 본격 가동에 8공장까지 증설 계획 순항… ADC 분야 확대도 추진론자도 생산케파 확대하며 수주 확대 선제 대응
  • ▲ ⓒ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가 요동칠 전망이다. 미·중 간 갈등, 캐털란트의 인수합병(M&A)이라는 변수가 나타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매출 기준 글로벌 CDMO 2위 기업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미국 안보에 우려가 될 수 있는 중국 바이오기업과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생물보안법안’을 통과시켰다.

    생물보안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미국 상원과 하원 전체회의를 거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까지 이뤄져야 한다. 상원 상임위를 거쳤고 하원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을 정도로 미국 내 분위기는 생물보안법안 시행을 시기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

    그러면서 북미지역에서 매출의 절반가량을 올리는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우시앱텍의 영업활동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CDMO 사업에서 매출 170억3430만위안(3조1801억원)을 올리며 론자(37억1900만스위스프랑, 5조5775억원)에 이어 2위 CDMO 업체로 올라섰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북미에서만 전체 CDMO 사업 매출의 47.4%인 80억7350만위안(1조5072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생물보안법안이 발효되면 북미 지역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부터 CDMO 계약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2023년 글로벌 2위 CDMO 업체인 우시바이오로직스뿐만 아니라 2022년 글로벌 2위 CDMO 업체인 캐털란트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캐털란트는 올 2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지주사 노보홀딩스에 인수되면서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와 ‘삭센다’의 생산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는 두 치료제의 생산에 집중할 수 있게 됐지만 되려 다른 고객사를 잃게 될 상황에 처했다.

    위고비와 경쟁할 비만약을 개발하려는 다른 제약바이오기업이 캐털란트와 협력을 꺼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비만약 ‘젭바운드’를 캐털란트에서 생산하려던 일라이릴리는 미국과 이탈리아 중소 CDMO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 ▲ 2023년 글로벌 톱4 CDMO업체 매출
    ▲ 2023년 글로벌 톱4 CDMO업체 매출
    ◆ 삼성바이오로직스, 8공장 부지까지 확보… 글로벌 변화 선제대응

    이처럼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캐털란트에 변수가 발생하면서 이들의 경쟁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론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톱4 CDMO 기업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생물보안법에 발목이 잡힌다면 톱2에 오를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2조9388억원을 올렸는데 전년 대비 21% 성장하면서 톱4 CDMO 기업 중 유일한 2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2위 우시바이오로직스와 매출 격차는 2413억원으로 좁혀졌다. 지난해 6월부터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역량(연간 24만리터)을 갖춘 4공장이 본격 가동된 영향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잇따라 기존 계약기간과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잔고도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는 지난 3월 체결했던 CDMO 계약 규모를 928억원에서 2473억원으로 키웠고 다른 글로벌 제약사 UCB도 2017년 체결했던 451억원의 CDMO 계약을 4270억원으로 확대하고 계약기간도 2030년 12월말까지로 확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건설 중인 제5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4월이면 연간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이 78만4000리터(ℓ)까지 커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8공장 부지까지 미리 확보해 둔 만큼 성장하는 CDMO 시장과 급변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ADC(항체약물접합체) 분야 글로벌 고객사 확대에 집중할 전망이다. 타 CDMO 업체와 비교해 ADC 분야에 진입한 게 10여년가량 늦었지만 ADC 개발 전문 바이오텍과 적극 협업에 나서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옛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위탁개발(CDO) 계약을 체결해 ADC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항체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삼성물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출자해 설립한 삼성라이프사이언스 펀드는 국내외 ADC 바이오텍에 지분 투자함으로써 관련 기술의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연내 가동을 목표로 ADC 전용 생산시설도 건설 중이다.

    한편, 론자도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의 확대를 추진하면서 CDMO 업계 격변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론자는 지난달 로슈로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바카빌에 위치한 공장을 12억달러(1조59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바카빌 공장은 연간 33만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중 하나로 1999년 설립됐다.

    론자는 이미 연간 46만ℓ 규모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연내 바카빌 공장 인수를 완료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CDMO 역량을 갖추게 된다.

    다만 바카빌 공장의 시설이 노후화돼 있어 시설 운영 및 효율성 측면에서 기대 만큼의 시너지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론자도 바카빌 공장에 5억6100만달러(7400억원)를 추가 투자해 노후화된 바카빌 공장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