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 속 총선 결과 및 밸류업·금투세 존폐 여부 촉각야당 과반 우세론…밸류업 정책 영속성 유지 힘들 듯 與野 금투세 도입 시기 두고 입장 차…폐지 어려울 전망
  •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정상윤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정상윤 기자
    22대 총선의 본투표가 종료된 가운데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일(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254곳 중 더불어민주당이 161곳에서, 국민의힘이 90곳에서 각각 승리를 거뒀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에 증시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통한 주가 부양 정책이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추진 동력을 받을지, 혹은 힘을 잃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49포인트(-0.46%) 내린 2705.1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 또한 전일 대비 1.24포인트(-0.14%) 내린 859.33에 거래됐다.

    최근 국내 증시는 답답한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연초 밸류업 관련 저PBR 테마가 주목받은 이후 시장에서는 증시를 이끌 뚜렷한 주도주가 실종, 코스피는 265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증권가와 투자자들은 이번 총선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매도 한시적 금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상속세 완화 ▲기업 법인세 감면 및 배당 소득세 분리 과세 등의 여러 정책을 두고 여야 간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올해 들어 증시 부양을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경우 총선 결과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정책 중 다수가 법 개정 등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으로 보면 총선 결과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말해도 무방한 수준이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진행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는 단기적으로 큰 쟁점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총선 이후 상법 개정까지 가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라고 덧붙였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외에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도 총선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투세 폐지 여부는 주식시장 내 개인투자자들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 투자 상품에서 발생한 수익에 20%를 과세하는 제도다. 당초 지난해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2년 유예했다. 

    윤석열 정부는 금투세 자체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어 선거 결과에 따라 금투세 폐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비슷한 구도(야당 의석수가 180석은 넘지만 개헌선인 200석을 충족하지는 못하는) 정도의 결과가 나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그러나 총선 결과에 따라 올해 국내 증시가 상승한 큰 요인 중 하나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력에 대한 기댓값도 조정될 수 있다"라며 "금투세의 존폐도 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괏값이 극단적으로 나온다면 단기적으로 시장에 큰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정부가 제시한 자본시장 선진화 주요 과제에는 ISA 세제 혜택 확대, 배당절차 개선, 자사주 소각 유인 등 세법, 상법,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 정책들 포함돼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결국 총선 결과는 여소야대가 이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눠볼 수 있다"라며 "이미 21대 국회에서 정부 제출 의안의 법률안 반영 비율이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여소야대 국면과 레임덕이 결합하면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총선 결과 자체가 시장에 큰 변동성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유안타증권이 11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11번의 총선을 분석한 결과, 총선이 끝난 직후 1개월 동안 코스피의 평균 상승 확률은 45.5%로,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강 연구원은 "탑다운 관점에서 총선의 코스피지수 영향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사례 수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 수익률 측면에서 일관적인 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