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90달러 넘은 국제유가, 130달러 전망도중동 리스크 장기화 땐 마진 하락·수요 위축 불가피유가 더 뛸라… 이스라엘 보복 수위 이목 집중
  • ▲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SK이노베이션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군사 공격을 감행하자 국내 정유업계가 확전 및 장기화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일부에서는 당분간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회복을 점치는 관측이 나오지만 업계는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1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현지시각으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이스라엘 본토에 약 300기의 자폭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주요 산유국으로, 향후 추가적인 무력충돌 가능성에 따라 국제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오를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에 대해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유가는 최근 중동지역의 긴장을 반영해 올 들어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지난 12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75% 상승한 배럴당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87.67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92.18달러까지 오른 뒤 0.8% 오른 90.45달러로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장중 기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을 점치는 전망도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확전 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30달러까지 뛸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이번 공격에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외신 인터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치솟을 것”이라고 봤다.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 국내 정유사에 긍정적 시그널이다.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정제해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한 달 정도 시차가 발생하는데, 상대적으로 유가가 낮을 때 원유를 구매한 후 가격이 상승할 때 판매하면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효과)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생각은 다르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으로 재고이익을 챙길 수 있지만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정제마진에 악영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에서 원유와 운영비 등 비용을 제외한 수치로, 정유업계 이익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좋아 수요가 많으면 유가 상승이 정제마진 증가로 이어지지만 전쟁 등 리스크가 커지면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그에 따라 마진이 하락한다”며 “한국처럼 석유가 나오지 않고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해 파는 쪽은 마진 하락과 수요 위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의 향방은 앞으로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WTI 전망치 상단을 95달러로 조정한다”면서도 “이란이 이스라엘에 드론과 미사일 발사했지만 확전은 피하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은 유가의 상방 리스크를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불안의 추가 확대 여부는 이스라엘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