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여성, GLP-1 계열 당뇨치료제 '오젬픽' 투여 후 임신하기도임신에 직접 작용하기보다 체중 감량 통한 호르몬 작용 정상화 영향국내외 제약사, 비만·당뇨 외 GLP-1 계열 적응증 확장 시도일라이릴리 '수면무호흡증', 노보노디스크 '심혈관 질환' 개선 확장국내 한미약품·동아에스티·유한양행 등 MASH 치료제 가능성 타진한국비엔씨,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치료제 아시아 5개국 판권 도입
  • ▲ 위고비(위)와 젭바운드.ⓒ각사
    ▲ 위고비(위)와 젭바운드.ⓒ각사
    ‘위고비(성분 세마글루타이드)’ ‘젭바운드(성분 티르제파티드)’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비만치료제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면서 비만 이외 다른 적응증으로 확장 가능성이 연구되면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22일 블룸버그, 폭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일부 난임 여성이 ‘오젬픽’을 투여한 이후 임신에 성공한 사례가 확인됐다.

    오젬픽은 노보노디스크의 GLP-1 계열의 당뇨치료제로 위고비와 같은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하면서 약물 농도 차이만 있다.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돕는 호르몬이다.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GLP-1이 난임을 치료하기보다는 체중 감량에 기여해 임신을 방해하는 호르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작용을 통해 임신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현주 서울의료원 산부인과 과장도 BMI(체질량 지수) 23을 넘은 여성이 그 이하인 여성보다 난임 위험도가 1.6배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임상 및 실험 산부인과(Clinical and Experimental Obstetrics and Gynecology)’에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 아시아태평양지역과 대한비만학회는 BMI가 23을 넘으면 과체중으로 분류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오젬픽’ ‘마운자로’ 등의 당뇨치료제로 먼저 개발됐으며 뇌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칼로리 소비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약물 농도를 높인 위고비, 젭바운드 등의 비만치료제로 출시됐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은 GLP-1을 당뇨와 비만치료제 외 치매·심장질환·수면장애 치료제 등으로 적응증 확장을 시도 중이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17일 젭바운드가 수면무호흡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임상 3상 시험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관상동맥 심장질환, 뇌졸중, 심부전, 심방세동, 제2형 당뇨병 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심장대사 합병증 발병 가능성이 있어 젭바운드는 이들 질환에 대한 예방효과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라이릴리는 해당 임상시험 데이터를 오는 6월 미국 당뇨병 협회 연례회의와 의학학술지에 발표할 뿐만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규제기관에 순차적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지난달 FDA로부터 심혈관 질환 예방치료제로도 승인받았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비만 또는 과체중인 성인의 심혈관 사망,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등이 GLP-1 계열의 신약 후보물질을 비만약 외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종의 GLP-1 계열의 신약 후보물질을 MASH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한미약품이,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기술수출한 글로벌 제약사 MSD가 각각 글로벌 임상 2b상을 수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신약 개발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DA-1241’을 MASH 치료제로 연구개발 중이다. 올 1월 DA-1241와 당뇨 치료성분 ‘시타글립틴’ 병용요법의 미국 임상 2a상 시험이 시작됐다.

    이밖에 유한양행이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YH25724도 현재 임상 1상 시험 중이다.

    GLP-1 계열은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한국비엔씨는 덴마크 제약사 케리야로부터 GLP-1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KP404’ ‘KP405’ 2종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한국비엔씨 관계자는 “내년까지 케리야가 KP404와 KP405 임상 1상 시험을 마친 결과를 보고 향후 임상시험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