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경영계, 최임위 참석 보이콧…노사 요구안 미뤄져최저임금제 시행 후 법정 기한 내 심의 마친 건 단 9차례전문가 "정부가 공익위원 앞세우고 뒷짐…적극적인 개입 필요"
  • ▲ 2일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 바닥에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찢은 투표용지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 2일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 바닥에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찢은 투표용지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내년에도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을 요구했지만 표결에서 부결됐다. 법정 심의 기한이 이미 넘었지만, 표결 과정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측의 투표 방해 행위가 사용자 위원들의 최임위 참석 보이콧 선언으로 이어져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이날 회의는 반쪽 회의였다. 최임위 사용자 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일 연 제7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들은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이 업종별 구분적용을 표결에 부치려하자 이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고 배분중인 투표용지를 찢는 등 투표 방해 행위를 했다. 이후 사용자 위원들은 제8차 전원회의에 전원 참석하지 않을 것을 발표했다.

    이날 구분적용에 대한 표결은 겨우 이뤄졌지만 표결 결과 최저임위원 27명 중 찬성 11명, 반대15명, 무효 1명으로 내년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부결됐다.

    구분적용 부결은 올해로 6년째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18년, 2019년 최저임금을 16.4%·10.9% 올리면서, 경영계는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영난 부담을 덜기 위해 구분적용을 요구했다. 2018년 첫 구분적용 표결 이후 매해 표결을 거쳤지만 번번히 부결됐다.

    구분적용이 시급한 문제도 있지만 최임위는 밥먹듯이 법정 심의기한을 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은 6월 27일이다. 법정 고시 시한은 8월 5일이기 때문에 이의제기와 행정 절차 등을 감안하면 7월 중순에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뒤로 법정 기한 내 심의를 마친 건 9차례에 불과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구조가 한몫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 9명, 노동계 추천 근로자위원 9명, 경영계 추천 사용자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최저임금 심의는 근로자와 사용자 위원 측에서 각각 최저임금 요구안을 낸 후 양측이 이견을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합의가 불발되면 표결로 이뤄진다.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노사의 합의 체제를 띄고 있지만 노사 위원들의 팽팽한 대립으로 매해 최저임금 심의 때마다 소모적인 논의가 이어진다.

    특히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와 경영계 뿐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눈치 때문에 최저임금 산정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 현행법상 최저임금 심의는 전적으로 위원회의 결정에 맡겨지기 때문에 공익위원 개인한테 최저임금 결정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적용 시점을 얼마 안 두고 노사 협의로 국가 최저임금을 정하는 결정구조는 우리나라에만 있다"며 "외국의 경우 노사의 의견을 듣는 정도에 그치고 정부가 직접 결정하는 구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는 정부가 개인(공익위원)을 앞세우고 뒷짐진 것과 같다"면서 "그러다보니 노사 의견이 일치가 안 되면 심의가 길어지고, 기업들의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대비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제도는 최저임금을 매해 노사 합의로 정하게 하다보니, 최저임금은 계속 올라가고 기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압박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