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조치 미적용 킥스 비율 10%대… 재무건전성 업계 최하위 수준고금리 자본성 증권 발행으로 이자부담 과도퇴직연금·저축성 위주 포트폴리오 벗어나려 안간힘… 낮은 인지도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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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연임에 성공한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대표의 리더십에 의구심의 눈빛이 쏠리고 있다. 업계 최하위 수준의 재무 건전성과 이를 메우기 위해 발행한 자본성 증권의 이자 부담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전 신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10.3%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23.4%) 대비 13.1%p 악화했다. 2분기 생보사 평균 191.7%에 비하면 극도로 미흡한 수준이다.경과조치는 킥스비율이 규제 수준에 미치지 못 해도 시정 조치를 유예해주는 제도로 효과는 점진적으로 소멸한다.보험업법에서 정한 킥스비율 기준은 100%,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푸본현대생명의 킥스비율은 180.8%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생보사 평균은 212.6%다. 금리 변동성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앞다퉈 선제적으로 킥스비율을 높여두는 상황을 보여준다.자본적정성이 미흡해 기준 미달로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되면 자본금 증액, 신규 업무 진출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수천억원대 적자를 지속한 푸본현대생명의 현금 창출 능력은 극히 미흡하다. 이재원 대표가 취임한 지난 2018년 이후 전사적 체질개선에 나섰으나 생보업계에서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데 역부족이었다.회사는 지난 2022년 2109억원에 이르는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도 1105억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 293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누적 적자 탓에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상태다. 지난 3월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결손금은 2936억원으로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약 3000억원의 이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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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본현대생명은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푸본현대생명의 보험료 수입 중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 수입은 3조5009억원으로 91.7%를 차지한다. 다른 생보사들이 판매에 주력하는 고수익 상품인 보장성보험 보험료 수입은 2698억원에 불과하다. 새 국제회계제도인 IFRS17 아래에서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에 매진하고 있는 생보업계 트렌드와 동떨어져있다.저축성보험은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퇴직연금의 경우도 푸본현대생명이 중점적으로 판매한 원리금보장형은 금융부채로 분류된다. 아울러 금리가 상승하면 퇴직연금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도 회계상 불리하다.나이스신용평가는 퇴직연금 위주의 포트폴리오 등을 지적하며 지난 2월 푸본현대생명의 신용등급 격인 보험금지급능력등급 전망을 'AA(긍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생보사 중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된 곳은 푸본현대생명이 유일하다.이재원 대표 역시 포트폴리오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 2021년 야심차게 GA(법인보험대리점) 영업 재개를 통해 보장성보험 판매에 치중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생보업계 성장률 둔화, 낮은 시장점유율과 인지도에 발목이 잡혀 좀처럼 보장성보험 비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같은 기간 킥스비율 제고를 위해 자본성 증권을 통한 조달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푸본현대생명은 높은 이자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됐다. 푸본현대생명이 발행한 자본성 증권 잔액은 1조원을 웃돈다. 3분의 2가량이 2022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기에 발행한 분량이다. 회사의 연간 이자비용은 최대 610억원 수준이다.최근 나란히 연임에 성공한 외국계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과 이 대표의 차이점은 실적이다.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는 취임 후 꾸준한 순이익 상승세를 끌어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늘었다. 3연임에 성공한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도 당기순이익을 취임 첫해 대비 2.8배 늘렸다. 킥스 비율은 350%를 넘기며 회사를 초우량 보험사 반열에 올려놨다.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쌓인 문제 원인을 분석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회사가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해 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CEO의 역량"이라며 "모든 것을 한 번에 해내려고 하면 재무 안정성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이재원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7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