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2일자 오피니언면에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인 변희재 빅뉴스 대표가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002년 대선은 인터넷 정치의 승리로 기록되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진보좌파 성향의 언론과 정치웹진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오마이뉴스’ 등의 인터넷언론과 ‘서프라이즈’ 등의 정치웹진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결집시킬 수 있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무차별적 비판도 가능했다. 특히 김대업씨의 병역비리 의혹 제기는 인터넷상에서의 반(反)한나라당 연합전선의 근거를 제공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명분이 되었던 이유는 인터넷의 순결성과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가치 부여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훼손 처벌을 받은 네티즌은 마치 민주화 투사처럼 각광받았다. 그것이 참여정치고, 그것이 인터넷민주주의인 양 칭송받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친노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세론에 따른 무차별적 탈당과 후보 흔들기 등, 현실 정치에 대한 반감이 정치개혁이란 깃발을 든 노무현 후보 지지로 수렴되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이후 인터넷 승리를 재현하기 위해 보다 치밀한 전략을 구사했다. 홍보수석이 무려 150여명의 인터넷논객을 모아 밥을 사는 일이 벌어졌다. 이제 친노성향의 정치웹진에 국정브리핑 성명서가 메인에 올라가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또한 조기숙, 노혜경씨 등 인터넷에 맹목적 지지글을 올렸던 논객들도 정권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는 다른 논객들을 자극하며 인터넷에서 충성 경쟁을 촉발했다.

    노 정권은 막강한 인터넷 여론형성 기능을 보유한 포털에도 손을 뻗쳤다. 청와대와 문화관광부는 포털의 언론 장악에 대해 무수한 비판이 쏟아져도, 집권 5년 내내 단 한 가지의 포털 뉴스 규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털에 대통령 블로그를 만들고, 국민과의 대화를 열며, 대통령은 물론 문화관광부 장관이 포털사와 간담회를 여는 등, 포털에 언론권력을 부여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이토록 청와대와 친노세력이 인터넷여론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대선이 3개월 앞에 다가온 지금의 인터넷 환경은 2002년과 너무나 달라졌다.

    첫째, 진보좌파만이 독점했던 인터넷언론 시장에 보수우파들도 뛰어들었다. 언론의 숫자나 영향력 면에서 크게 뒤지지 않고 있다. 둘째, 댓글 등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보니 함부로 허위사실을 유포할 수 없게 되었다. 셋째, 선관위의 인터넷 감시가 대폭 강화되었다. 넷째, 그간 정권이 인터넷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인터넷 순수성이 훼손돼 신뢰도 자체가 떨어졌다.

    이러한 환경 변화 탓에 정권과 친노세력은 현재까지 참신한 바람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오마이뉴스’는 문국현 후보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지지자들이 유입되지도 않고 확산되지도 않는 실정이다. 친노 정치웹진 ‘서프라이즈’는 정권에 대한 지지논리가 빈약하다 보니, 비판글을 무차별 삭제하면서, 그들만의 종교 공간으로 전락했다. 애지중지하던 포털 역시 정권편향이란 비판을 받으면서 주춤하고 있다. 최대 포털 네이버는 아예 대선후보 관련 기사를 취사선택하지 않기로 했고, 댓글창도 막았다. 모든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대규모 사업체의 한계이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의 퇴조다. 100년 가겠다고 홍보한 정당을 하루아침에 깨고, 현직 대통령은 대선 후보와 난타전을 벌이고, 전직 대통령은 무조건 반한나라당 전선으로 뭉치라는 지령을 보내며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렸다. 이것이 네티즌의 결집 명분을 빼앗았다. 정도(正道)를 걸었기에 넷심을 확보했다면, 정도를 걷지 않을 때 심판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민주주의적 심판이 2007년 인터넷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