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한 방송통신위원회(약칭 방통위)가 열흘 넘게 공중에 떠 있다. 지난달 29일 관련법이 공포·발효됐지만 초대 위원장으로 지명된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야당 반대에 막혀 위원회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야당의 공세에 호응해서 일부 좌파적 신문과 전 정권 내내 좌파 정권의 홍보 역할을 떠맡았던 일부 방송, 그리고 이들의 동조세력에 장악된 일부 언론단체가 최 후보자에 대해 신문 지면과 방송 뉴스를 통해 대대적 검증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최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신적 후견인'으로 불릴 만큼 가까운 사이여서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을 해친다는 것과 부동산 소유가 투기성 투자가 아니냐는 도덕성 공세다.
노무현 정권 내내 이른바 공영 방송이라는 공중파 방송의 이념적 좌편향은 사회적·정치적 핵심현안이 돼 왔다. 정부의 예산 지원과 함께 국민한테 시청료까지 걷어가 운영하는 공영방송이 지난 정권 내내 대한민국 건국을 역사의 불행으로 묘사하고 1945년부터 1948년에 이르는 좌우 유혈 투쟁 기간 중 좌파에 맞서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켜냈던 건국 원훈(元勳)들을 친일 또는 부일배(附日輩)로 몰아세우는 프로그램을 시도 때도 없이 틀어댔다. 그런가 하면 해방 전후사를 무대로 한 드라마는 남로당의 행동대를 역사의 격류에 온몸을 던진 지고지순한 청춘으로 묘사해 드라마 속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패배한 역사'라고 했던 당시 대통령의 역사관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오죽했으면 양식 있는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이 저런 방송 볼까 겁난다"고 했겠는가. 그런 민심이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바꾼 큰 요인 중 하나였다. 최소한 공영방송이 대한민국 역사를 헐뜯지는 않도록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 대통령이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방송위원장에 교대로 임명할 때는 말 한마디 없이 박수만 쳤던 일부 매체와 언론단체들이 새삼스럽게 공정 운운을 내세우는 것은 너무 속이 보이는 행동이다.
일부 매체들은 줄곧 서울에 살아온 최 후보자가 분당, 아산 등에 농민 아니면 살 수 없었던 농지를 갖고 있다는 것과 서울에서 주소를 잠시 옮긴 것이 위장전입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최 후보자는 이 농지들이 도시계획구역 안에 있어서 살 수 있었다는 소명자료를 내놓았고, 위장전입은 병역 신체검사 기간을 놓친 아들을 위해 신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주소를 옮겼다가 한 달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려 놓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공방은 청문회를 열어 양측 주장의 진위를 자료를 통해 검증할 일이지, 청문회장 밖에서 사상 공세의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슬쩍 끼워놓을 사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