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4당과 전국언론노조, 미디어행동, 100일행동 등의 단체들이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하였다.
    민주당의 천정배 의원은 아예 자리를 깔고 2박 3일 간 노상 철야 투쟁에 돌입한다고 한다. 그는 22일 경에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릴 것 같다면서 “국민은 이명박 정권의 날치기 대리투표를 무효화시키라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을 부여했다”고 규정 만일 헌법재판소가 다른 결정을 한다면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의 말을 듣다 보면 문득 노무현 정부 탄핵 사태 당시가 떠오른다. 천정배의 의원은 물론이거니와 당시 열린우리당의 사람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무효를 결정하자 그에 절대성을 부여하였다. 그런 그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저항 운운하는 모습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진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헌법재판소의 절대성을 들고 나오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마저도 무시할 참인 것이다.

    20일 야4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함께 발표한 기자회견문은 “날치기 언론악법은 지금도 기득권의 비호아래 기정사실화의 음모 속에 호시탐탐 세상을 향한 똬리를 틀며 우리 국민들의 정신을 지배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권력과 기득권에 기울지 말고 오로지 법과 진리의 이름으로만 법리를 구현하여 기울어진 민주주의를 신속히 바로 잡으라. 그리하여 언론은 그 누구의 소유물이 아닌 오로지 국민의 것임을 만천하에 선포하라.”고 적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의 논리대로 언론악법이라는 일방적 규정에 권력, 기득권, 민주주의라는 용어들을 연결시켜 선동을 일삼고 있다. 대립적 도식의 한 쪽에 있는 권력이니 기득권이라는 말을 동원하고 마치 자신들만의 전유물인 양 이야기하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말을 역시 대입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그들의 주장을 한껏 선명하게 하고 상대의 부당함을 가장 극적이면서도 선정적인 방식으로 고발하기 위해 가져다 붙인 그 말들을 되짚어 보면 그들이야말로 진정 권력이며 기득권이고 반민주주의가 아닌가 싶다. 그들이야말로 언론의 권력을 독점하고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고 시장의 원리에 따른 언론의 민주화를 거부하고 언론독점이자 언론독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이들이 발표한 기자회견문의 서두는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권력은 가장 먼저 언론을 장악하려 했다. 어떤 국민적 합의도 시도 하지 않았다.”로 시작한다.

    과연 개가 웃을 소리다. 국민들은 국회가 얼마나 난장판으로 싸움박질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국회는 수차례 논의조차 할 수 없도록 봉쇄되었으며 가까스로 논의의 테이블을 만들어서도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선 측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100일 동안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지난한 논의의 과정을 거쳤다. 그 논의의 말미에 야당 추천 인사들이 보여준 행동과 그에 보조를 맞춘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행태는 논의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파탄내려던 그들의 속셈을 드러내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들은 유종의 미를 앞두고서 일방적인 선언과 독단적 행동으로 논의의 대미를 파탄내고 파행으로 몰고 갔던 것이다.

    급기야 논의기구의 시한이 다하고 국회로 공이 넘어간 후에도 야당은 전혀 협조적이지 않았으며 그저 물리적으로 막아나설 궁리만 하였다. 여당은 여러 차례 내용을 수정하고 심지어 본 취지를 후퇴시킨다는 말까지 들어가며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최종적으로 상정되고 통과된 안 역시 많은 양보를 전제한 안이었다.
    당시 국회에서 정상적인 논의의 진행을 막고 시종일관 물리적 행태로서 막아나섰던 야당의 행태를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국회는 국제적으로도 망신이 될 온갖 부끄러운 행동으로 법을 만들고 모범을 보여야 할 자신들의 신분과 소임, 명예를 내팽개쳐 버렸다. 법을 어기고 법을 우롱하며 법을 파행으로 몰고 간 그들의 모습은 불법과 폭력의 아수라가 따로 없었다. 제 구실을 못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기 에는 토론과 타협,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민주주의의 ‘민’자도 모르는 ‘무뢰한’(無賴漢)들이었다. 그들에겐 문을 때려 부수고 봉쇄하는 활극 아닌 활극은 있었지만 치열한 논쟁과 날카로운 비판의 민주주의는 없었다.
    그런 그들이 무슨 민주주의를 말하며 민주주의를 내걸어 저리 목소리를 높이는지 가당찮을 뿐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사실 국회가 제 구실을 못하는 우리나라 국회의 한심한 행태에 쇄기를 박는 계기가 됨이 마땅할 것이다.
    재투표나 대리투표 문제가 상호간의 법리적 쟁점이 되어 있고 이에 대해 서로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나 방어논리를 앞다투어 제기해 놓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논란이 따르고 있다.
    사실상 이번 사태의 본질은 그 같은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 자체의 ‘비민주적’ 행태에 있다고 할 것이다.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싸움만 일삼으며 스스로 다수결의 원리를 너무나 지나치게 위배하며 완력과 물리적 저항만이 능사인 양 되어버린 모습은 국민들이 보기에 한심하기 짝이 없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직무유기 국회, 불량 국회, 비민주 국회가 우리 국회의 현 주소이며 여당의 독주를 막겠다는 야당의 실제적 행태인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그런 국회에 경종을 울림이 사실은 본질적인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