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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4일 열리는 이사회 결과에 따라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신한 3인방'의 운명이 엇갈릴 수 있어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라 회장과 이 행장, 그리고 신 사장은 그동안 한 치의 양보 없이 정면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을 조금씩 선회하고 있어 최종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상대방 퇴로 열어주나, 아니면 명분 쌓기인가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지난 주말 신 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할 경우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행장은 그동안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으나 태도를 바꿔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신 사장 해임안을 놓고 이사들끼리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막고, 신 사장에게는 불명예 퇴진을 하지 않도록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복안이다. 표 대결에서 승리해도 `상처뿐인 승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소를 취하해도 검찰 수사가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고소자가 취하하면 검찰도 고소자의 입장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신 사장의 배임 혐의가 확인되면 신한은행은 신 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고소를 취하하면 배임과 관련된 손배소 절차는 밟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지주 안팎에서는 신 사장의 스톡옵션 문제도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사장이 그동안 받은 스톡옵션 23만주를 지난 주말 종가 기준으로 행사할 경우 17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며 "만약 중대한 과실로 해임돼 이사회가 신 사장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를 취소하면 17억원을 손해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이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변호사 선임 비용만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신 사장이 이를 감안해 자신의 거취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 사장의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신 사장은 지난 9일 일본 나고야 설명회에서 "경영진 3명이 뒤로 한 발짝 물러나고 중립적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사장은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직의 안정을 위해 라 회장은 현 자리에서 그대로 있고 나와 이 행장만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어차피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고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끝난다"며 "그러나 명예는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혼자서는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그동안 `3인 공동 퇴진'을 주장해온 신 사장이 라 회장을 제외한 것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해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을 환기시키며 라 회장을 의식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에게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향후 라 회장과의 관계 회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횡령 혐의로 고소된 피고소인이 고소인인 이 행장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고 일축했다. 신 사장이 사퇴 조건으로 이 행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조직을 담보로 한 물귀신 작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신한은행 측은 신 사장 측에서 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를 공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업무추진비 등으로 썼다 하더라도 신 사장 측 횡령 혐의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사회 결과는 아직 `안갯속'
이처럼 양측의 입장에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이사회를 앞두고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서 표대결까지 갈 경우 승부에 관계없이 모두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금 서로 `(이것은) 절대 안된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항상 절충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후배들 보기에도 그러니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이사회에 어떤 안건이 상정될지는 이사들이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판 대타협'을 기대하기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시각도 많다. 서로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졌기 때문이다.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사회에서 신 사장 해임안 또는 직무정지안이 상정돼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신 사장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며 라 회장과 이 행장은 곧바로 조직 추스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 사장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 사장 거취 문제에 대한 논의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라 회장의 리더십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