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대기업 총수, 130분간 MB만나 한 얘기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대기업 총수 1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중소기업의 성장 필요성을 역설하며 대기업과 관계가 소원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미 지난 8일 중소기업 대표들과 만난 이 대통령은 이날 대기업 총수들에게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동반성장할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기업 대표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기업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창수 GS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최경환 지경부장관.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기업 대표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기업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창수 GS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최경환 지경부장관. ⓒ연합뉴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분위기는 좋았다"고 전했다. 12명의 대기업 총수들이 추가 발언을 위해 여러 차례 마이크를 잡았을 만큼 적극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 대통령은 대기업에 대해 썩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는 보도가 많았다.

    '비지니스 프랜들리'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 만큼 정권 초기 이 대통령은 대기업을 위해 많은 규제를 풀어준 반면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 등 대기업들의 투자는 기대보다 미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오늘 여러분께 부탁의 말이 있다"며 "서민들의 일자리가 창출이 안 된다. 일자리(실업률)가 통계상 8%다. 실제로는 더 된다.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통계상 낫지만, 세계에서 가장 (경제를) 회복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가 매우 더디게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또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동반성장하자고 하지만 모든 걸 규정이나 법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래서 인식을 한번 바꿔보자. 인식을 바꿔 기업 문화를 바꿔보자. 아무리 총수가 그렇게 생각해도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으며 안 된다"고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인사말에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사실 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대기업 총수 12명과 조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대기업 총수 12명과 조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명의 대기업 총수들은 이 대통령의 이런 요구에 뭐라고 답했을까. 다음은 김 대변인이 소개한 대기업 총수들의 발언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
    현대자동차 그룹은 협력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과학증진 경쟁력을 포함하며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처음으로 납품업체를 직접 돌아봤습니다. 서류나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기술.기계.설비 등에 상당히 자금압박을 받고 있었고 은행에서 신용을 안 준다고 합니다. 회사 신용으로 은행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면 되지만 멀리가려면 우리가 협력업체와 함께 가야 합니다. 전문 경영인들은 월급쟁이라 이런 일을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사장단 인사고가에 협력업체를 돕는 실적을 보겠습니다. 협력회사라 생각하지 않고 그룹 계열사라 생각하고 관리하겠습니다. 직접 방문해보니 우리 직원들 보다 더 애사심이 있었습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
    현대중공업이 잘 되는 것이 협력업체가 잘 되는 것이고 협력회사가 잘되는 것이 현대 중공업이 잘 되는 길이다. 이렇게 이념을 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강덕수 STX 회장
    1차, 2차, 3차로 확대해 긴밀한 협력을 갖겠습니다. 신년부터 우리가 조선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실적이 없는 제품이라도 엄격한 품질심사를 통해서 우리 협력업체들에게 납품기회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우수 업체들에 대해서 해외파트너 물색과 해외 기술 연수를 지원하겠습니다.

    ◆최태원 SK 회장
    교육기회 제공과 공동기술개발에 더욱 주력하겠습니다. 기존에 했던 상생 인턴십 제도가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를 보완해서 계속 중소기업에 HR제도가 효과적으로 될 수 있도록 보완하겠습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중소기업들이 미래 기술 확보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면서도 추진의 어려움을 겪는 주된 이유는 향후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LG가 추진하는 사업에 유능한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기술파트너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현재 60% 수준인 LCD 생산라인의 국산라인을 80%로 늘리겠습니다.

    ◆정양준 포스코 회장
    대.중소기업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신뢰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들이 진정성과 지속성을 갖고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에 4520명 모집하려했는데 1000명을 늘려 552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이석채 KT 대표
    수많은 맹세와 서약에도 불구하고 왜 그동안 잘 안될까 생각을 하고 기업현장에 와서 보니 문제점을 알았습니다. 실무진에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실무진들이 오랜 기간 갑을문화에 젖어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오면 혹시 위험 부담이 있지 않을까 해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에 실리콘 벨리 같은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KT가 노력하겠습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상생과 협력방안 지원을 위해 그룹 회장 직속으로 상생운영지원팀을 시작했고, 자회사는 사장 직속에 상생협력추진팀을 운영 중인데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허창수 GS 회장
    GS의 네트워크 활용해 국내시장과 판로를 개척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국내 중소협력업체들이 해외에서 판매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투자 및 협상을 지원하겠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
    9월 말에 삼성 사장과 1,2,3차 협력업체 대표들이 다 같이 모여 워크숍 하기로 했는데 좋은 협력방안 찾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