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연말 정기인사에 관심집중

  • 삼성그룹의 연말 정기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경영권 승계 후보 1순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단행된 삼성그룹의 연말 정기인사에서 전무에서 승진한 이 부사장은 지금까지의 신중하고 더딘 행보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한층 경영 보폭을 넓혀갈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작년 말 특별사면을 받음으로써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법률적 걸림돌이 사실상 제거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01년 3월 경영기획실 상무보, 2003년 2월 상무, 2007년 1월 전무 겸 최고고객책임자(CCO), 2009년 12월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보다 나이가 두 살 어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나 동갑이자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미 부회장까지 승진한 것에 비하면 더딘 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의혹 등에 대한 특검 수사와 그에 따른 이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등 삼성그룹을 뒤흔들었던 사건들이 잇따라 충격파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이 모두 마무리된 데다 지난해 말 이 회장의 특별사면에 이어 올해 8월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까지 사면을 받아 이 부사장의 발목을 잡았던 걸림돌이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이와 함께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이 2년 뒤면 고희(古稀)를 맞게 되는 점도 이 부사장의 경영행보가 빨라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선친인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삼성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받기 전에 이미 8년 동안이나 부회장 자리에 올라 있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 승진한 이 부사장이 올해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다소 빠르게 여겨질 수 있지만 오너 2세의 경우 일반적인 승진연한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여건으로 미뤄볼 때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올 연말 인사에서 이 부사장도 사장 승진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내외부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삼성그룹 정기인사에서는 이 부사장의 사장 승진 여부와 함께 최지성 대표이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과 그룹조직 재편 여부도 관심거리다.

    2004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최 사장은 올해가 사장 7년차이고 그동안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3월 이 회장의 경영복귀 선언 직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한동안 잠잠했던 그룹조직 재편 문제도 연말 정기인사와 함께 단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있는 업무지원실, 커뮤니케이션팀, 법무실을 업무지원실, 브랜드관리실, 윤리경영실 등 3실 체제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사면복권된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 등 이 회장의 측근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도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