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예금 몰려
  • 요즘 우체국이 나홀로 싱글벙글이다.

    농협 전산 마비와 현대캐피탈 해킹 사고,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으로 자산의 안전에 관심이 커지면서 우체국으로 예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은행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체국 예금 잔액은 지난달에만 3조5천837억원이 증가했다.

    월 중 증가액으론 작년 1월의 3조7천488억원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규모는 3월 중 은행신탁(1조2천505억원), 증권사 예탁금(9천93억원), 저축은행 예수금(6천715억원), 자산운용사 수신(6천105억원) 등 다른 금융기관의 수신 증가액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 수신은 국민은행채 8조7천500억원의 KB국민카드 이관 등으로 11조4천382억원 급감했으며, 종금사 수신도 2조2천193억원 줄었다.

    우체국 예금은 작년 10월 6천759억원 줄어든 데 이어 11월 6천922억원, 12월 6천319억원, 올해 1월 1조6천672억원 등 넉 달간 3조6천672억원 감소했지만, 지난 2월 2조2천995억원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우체국 예금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지난 2월 중순 저축은행들의 잇단 영업정지 이후 저축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우체국 예금에 몰렸기 때문.

    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영업 정지된 경우 원리금 5천만원까지만 지급이 보장되지만, 우체국은 정부가 법률에 따라 원리금 전액을 지급 보장해 안전성이 매우 높아 우체국을 찾는 것이다.

    저축은행 예수금은 1~2월 중 4조2천159억원 줄었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우체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 예금은 이달에도 농협의 전산 마비 여파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19일 현재 우체국 예금 잔액은 56조3천77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7천965억원 늘었다. 지난 1월 말에 비해서는 거의 석 달 새 7조6천797억원 급증했다.

    농협 점포망 5천688개 중 70%가량 비중을 차지하는 농어촌 지역 고객들이 최근 전산 마비로 예금 등 금융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자 우체국으로 몰린 덕분이다.

    우체국 점포망은 2천700여개로 1천141개인 국민은행의 2배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이 중 약 55%가 농어촌 지역에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1월 말까지 수신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2월 지방 저축은행들이 부실해지면서 지방 점포를 중심으로 예금이 많이 늘었다"며 "농협사태도 우체국 지방 점포의 예금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