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2020년 5대 경제강국 부상"의회 국정연설 "독자 발전 노선, 안정 성장""내년 경제위기 완전극복..성급한 자유주의 배제"
  •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러시아가 2020년까지 세계 5대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전망했다.

    푸틴 총리는 이날 국가두마(하원)에서 지난해 정부 업무 성과에 대해 연설하며 이같이 전망한 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성급한 자유주의나 선동주의를 배제한 안정적 발전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푸틴의 의회 국정연설은 지난 2008년 총리 취임 이후 세 번째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2시간 10분여에 걸친 연설에서 정부가 예상보다 빨리 경제 위기를 극복한 성과를 내세우며 내년 초까지 러시아 경제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 총리는 연설 도중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하원의 의원들로부터 50여 차례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 "내년 초까지 경제위기 극복할 것" = 내년 대선 출마를 배제하지 않고 있는 푸틴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이룬 정부의 경제 분야 성과를 내세우고 긍정적인 향후 전망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총리는 "러시아 경제가 2009년 7월부터 성장 기조를 회복됐으며, 지난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주요 8개국(G8) 가운데 가장 높은 4% 성장을 이루었고 올해는 약 4.2%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2012년 초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앞서 2013년이나 2014년이나 돼야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우리는 이를 훨씬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순수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명확한 근거가 있는 계산에서 나온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이어 "러시아는 2020년까지 세계 5대 경제대국 안에 들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향후 10년 동안 노동 생산성을 최소 2배 이상, 핵심 경제 분야에서는 3~4배 이상 증대시켜야 하며, 전체 생산 규모에서 차지하는 혁신 제품의 비율도 현재의 12%에서 25~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 "근거 약한 자유주의 배제한 안정적 10년 필요" = 푸틴 총리는 2008년 이후 국제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세계 경제의 점진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여파는 너무도 심각해 많은 국가들에서 사회적 긴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리는 그러면서 "위기의 교훈은 국가적, 경제적 허약함과 외부의 충격에 대한 불안정성은 필연적으로 국가 주권에 대한 위협을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대 세계에서는 만일 당신이 허약하면 반드시 누군가가 찾아와 당신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어떤 정책을 취할지, 어떤 길을 택할지 등을 충고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겉으로 보기에 선량하고 자유로운 듯한 충고 뒤에 사실은 거친 강압과 독립국의 국내정치에 대한 간섭 등이 도사리고 있다"며 "우리는 독립적이고 강할 필요가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이해에 부응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위기 극복 지원을 내세운 서방의 지나친 개입 정책을 막기 위해 스스로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다.

    푸틴은 그러면서 러시아에 번지고 있는 자유주의 성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대화, 다시 말해 점진적이며 질적인 발전은 사람과 그의 능력, 자아와 창의성 실현을 위한 조건 조성에 대한 투자이며 이러한 기반 위에서만 고도성장과 진정한 기술적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엔 어떤 종류의 타격이나, 때때로 근거가 취약한 자유주의나 선동주의와 결합한 성급한 실험 등을 배제한 지속적이고 차분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야권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서구식 자유주의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개혁적 정책 노선도 경계하는 의미가 함축된 발언이었다.

    ◇ "올해 22조원 무기 구매에 쓸 것" = 푸틴 총리는 연설에서 러시아군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13년까지 첨단 로켓 시스템 생산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며 러시아 무기가 서방 무기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는 일부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을 반박했다.

    총리는 "포병 부대는 이미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인 S-400을 공급받고 있으며 앞으로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도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차세대 미사일 시스템인 S-500 생산도 시작될 것"이라면서 "공군력과 방공 시스템 개혁이 러시아군 발전의 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푸틴은 이어 "러시아군과 함대를 위한 첨단 무기는 국내 무기업체들이 공급할 수 있고 또 공급해야 한다"며 "일부 기술과 장비는 외국에서 구매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외국이) 첨단 무기를 우리에게 판매하지는 않을 것임을 이해해야 하며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푸틴은 정부가 올해 5천715억 루블(약 22조원)을 무기 구매에 쓸 것이라면서 이미 국내 방산 업체들과 3천억 루블의 계약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푸틴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인터넷 통제 문제와 관련 당국이 내년 대선에 앞서 인터넷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개인적 견해로는 무언가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