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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는 대기업에 위기가 생길 경우 나라 전체가 위험해진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은 정치권에서도 화두다. 선진국의 문턱에 접어든 우리나라. 앞으로 대기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선진화포럼 홍보대사(이하 <선>)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김종석 선진화포럼 이사(이하 <김>) 기업은 어느 나라나 법률로 장려 받고 보호받죠. 모든 나라들이 기업을 이렇게 장려하고 보호하는 이유는 기업의 사회적, 법적 역할에 있죠. 기업은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드는 주체죠. 그것은 시민단체나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생산과 공급의 주체며 이를 통해 고용과 소득을 창출합니다. 또한 그 나라의 소득세 대부분을 기업이 내므로 최대 세원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서 국가 번영에 기여하죠. 기업이 잘 돼야 고용과 소득도 창출되고, 우리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만들어 내죠. 이것이 기업의 역할이자 사회적 책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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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생각해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이익을 내지 못해 부도의 위기에 몰리고, 직원을 해고하고 혹은 월급을 삭감하고, 세금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는 기업이 반사회적 기업이죠. 기업이 우리 사회의 존재 이유. 하나의 제도로서 보호받고 장려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선> 한국 대기업들은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반면 외국기업들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한국의 '오너' 경영체제는 전문화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단 점에서 기업경쟁력의 약화요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 전문경영체제는 우수하고, 소유-경영이 일치하는 체제는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현실인식입니다. 경영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오너경영은 열등하고 전문경영이 우월하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이에요. 외국, 특히 선진국의 현실의 사례를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소유자에 의해 경영이 이루어지는 구조와 전문경영인에게 위탁하는 경영구조는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요. 어느 쪽이 더 우월한지는 학계에서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피상적인 관찰만으로 소유경영체제를 비난하는 경우가 있지만, 소유-경영구조가 기업의 성과와 무관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소유경영이 한국 선도 기업들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된 것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는데요. 중화학공업 등에 대한 개발을 추진할 당시 정부가 민간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 그 시작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대만은 공기업을 통해 중화학공업 등 주요 산업을 육성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주인이 없는 대만의 국영기업들은 방만한 운영을 거듭했고 도덕적 해이도 발생하였지요. 결국 대만의 국영기업들은 비효율적 운영으로 일관하다 다국적 기업의 대만 지사(branch)정도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오너가 직접 기업을 경영하면서 최선을 다해 수익성 제고에 나선 덕택에 성공을 이뤄내게 되었지요. 삼성, 현대, LG같은 대표적인 기업의 성공이 소유주가 있는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투자와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은 오너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어요. 삼성그룹이 반도체에 진출한 것이나 현대그룹이 조선업에 진출한 것 등이 그 예지요. 반면 탐욕으로 얼룩져 세계적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전문경영, 위탁경영체제를 가지고 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전문경영인들은 주주들의 이익과 어긋나는 결정을 하고,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은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있지요. 즉, 전문경영은 우월하고 소유경영은 문제가 많다는 인식은 옳지 않다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선> 언론을 통해 대기업과 하청기업들 간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에 대하여 접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행은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비대칭적 성장을 가져와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 기반을 약화시킬 것 같아 보이는 데요. 그럼에도 한국의 대기업을 경제성장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 ‘내실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무너진다’고 해서 대기업에 이득일까요? 삼성전자단지의 수 백 개의 협력업체, 포항 포스코의 수 천 개의 협력업체, 울산의 절반이 현대차와 현대 중공업 그룹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 천 개의 협력업체들이 있죠. 우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협력업체)과 생태계를 이루고 공존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지, 후려쳐서 한 쪽을 고사시킨다고 해서 대기업이 확실히 이득을 보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서로 계약관계이고,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상충하는 이익을 누가 더 가져가느냐의 문제는 있죠. 그것은 형제간에도, 친구 간에도 마찬가지에요. 같이 저녁을 먹어도 누가 밥값을 내느냐의 문제와 마찬가지입니다. 즉 결코 일방적으로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익 분배의 문제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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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부분의 2차, 3차 하청업체의 관계는 중소기업들 간의 관계에요. 따라서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결제 대금 지급 고의지연’같은 불공정 관행들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사이에서도 만연해 있다고 할 수 있죠. 이러한 관행을 금지하는 법이 있고, 판례, 처벌이 있어왔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관계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win-win하는 관계에요. 일방적 착취당하는 구조였다면, 장기적인 관계가 지속될 수 없었겠죠.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과 상생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자유로운 계약의 문제이고, 협상능력의 문제에요.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만의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중소기업과는 많이 달라요. 대만의 중소기업들은 하나하나가 독자적 브랜드고 경쟁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죠. 그들은 대부분 원청업체가 외국의 다국적 거대기업들이에요. 따라서 계약이 투명하고,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겠죠. 왜냐면 그들은 그러한 대기업이 없기 때문에 그래요.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삼성, 현대, LG 등의 대기업이 있죠. 따라서 그들은 대부분 여기에 협력업체를 두고 있죠. 일장일단이 있죠. 대만을 글로벌 경제에 너무 노출이 되어있다는 것이 단점이에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미국과 서유럽 등의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위축됐죠. 제일 먼저 거래를 단절하는 것이 대만이나 개도국의 하청업체 들이에요.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별 충격을 받지 않았어요. 따라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거의 충격을 받지 않았죠. 이러한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선> 작년 9월 열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 회의에서, 동반성장 추진대책과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내용에는 공정거래 질서 확립,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지속적 발전가능 시스템 구축 등이 있었고, 이 전략에 따른 정책 과제들도 있었는데, 이러한 정책과제들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저희에게는 아직 생소한 납품 단가 조정 신청권, 패스트 트랙 제도, 기술자료 임치제, 기업별 동반 성장 지수 발표 등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어떤 도움이 되고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듣고 싶습니다.
<김> 상생협력 동반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최근 많습니다. 정부에서도 많이 권고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에 나온 대책도 이런 맥락일 겁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소기업도 협상력을 키워야 합니다. 협상력은 기업의 경쟁력입니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경쟁력 있는 물품을 만들고 해외와 직거래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불공정 관계도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선> 대한민국은 단기간 고도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수출 드라이브 전략을 편 결과 재벌기업에 이권을 제공하고 '정경유착'을 낳게 되었다고 봅니다. 투명한 자본주의의 기본이 되는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위해서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김> 정경유착이라는 말은 굉장히 부정적이지만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이라고 보면 긍정적입니다. 대한민국의 1970년대 이후 경제발전 모델은 여러 나라들이 배우고 싶어 하고 독특함이 있습니다. 그 핵심은 정부가 주도하면 기업이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성장 전략입니다.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휴대폰을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기업가 정신과 과감한 투자뿐만 아니라 이를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보호해준 정부 덕분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정격유착'이라기보다는 '정부와 기업의 밀접한 협조'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기업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뇌물이 오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기업인은 정치인, 대통령에게 수천억 원을 갖다 주었을까요?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고 이는 '생존'하기 위함입니다. 공기업같이 이익을 내지 않아도 죽지 않는 기업은 굳이 이익을 내려고 하지 않지만 기업은 이윤을 내지 못하면 죽습니다.
경영학에서 기업을 진화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기업환경은 생태계이고 기업은 생명체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에서도 환경이 변화하면 생명체가 진화를 해서 적응하듯이 특정시대, 특정사회에 나타나는 기업 문화는 진화의 산물입니다. 기업을 둘러싼 정치, 경제, 문화, 사회 환경에 그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변신, 적응한 것입니다. 즉 혼탁한 기업 환경은 혼탁한 기업들이 적응하기 유리한 환경이고 투명한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외환위기 이전 199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기업풍토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거리가 먼, 폐쇄 경제 속에서 기업과 정부 간의 부패한 연결고리가 있는 혼탁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거기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부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결정적으로 깨진 것이 외환위기입니다. 그 전의 대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집불리기, 상호 빚보증하기, 은행 빚 얻어 쓰기, 정경유착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CEO는 경영효율, 고객만족, 재무구조 건전화는 기업 생존과 수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 만족, 집권당 신뢰, 그리고 은행을 볼모로 잡는 것이 대마불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재계 7위 기아가 무너지고 1년 후 재계 3위 대우가 해체되면서 많은 대기업들이 자신들도 무너질 수 있다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 후 망해가는 대기업은 대통령도 못 살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기업의 운명은 시장, 즉 투자자와 소비자가 좌우하게 된 것입니다. 외환위기 이후에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영진이나 회장이 자신의 기업집단을 살리기 위해 대통령과 교제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기업 상당수는 외국인 주주가 과반수입니다. 즉, 회사 돈을 부당한 곳에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자명합니다. 과거에 정부가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을 때 기업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본능적으로 정경유착을 하고 불법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투자자의 신뢰와 소비자 만족입니다. 우리가 배운 교훈이 있다면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가장 좋은 처방은 개방과 경쟁, 그리고 국제화이라는 것입니다.
<선> 작년 롯데마트에서 통큰 치킨을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해 중소상인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비판이 들끓었고 지금은 판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대기업에 대한 거부감을 이유로 좋은 상품들의 가치를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시장 경제를 추구하면서도 중소기업과의 상생하는 대기업의 역할도 중요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역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경제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삶의 질은 결국 얼마나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느냐에 있고 경제학의 궁극적 목표는 소비자의 잉여가 판단의 기준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는 그 다음의 사회적 이슈입니다. 질 좋고 값싼 물건이 소비자들에게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훼손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만약 소비자 만족도가 낮은 질 나쁜 물건을 비싸게 파는데 이것이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특정 지역의 물건이라는 이유로 사줘야 한다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손해를 봅니다. 이런 구조가 계속되면 판매자는 계속 질 나쁜 물건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산업 보호를 너무 오랫동안 하다보니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자동차를 질 나쁜 저가 상품으로 취급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자동차 산업을 재패하게 된 이유는 보호 때문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이는 전자산업, 조선 산업도 마찬가지이고 통큰 치킨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제 생산자 중심의 사고를 바꿔야합니다. 내가 원치 않는 물건을 파는 생산자로부터 물건을 사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소비자의 기본권입니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팔겠다는 생산자가 있는데 제 3자가, 국가가 여론과 압력의 이름으로 물건을 팔지 못하게 한다면 과연 누가 이득을 보고 손해를 보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대형마트 주변의 치킨 집은 먹고 살지 말라는 이야기는 물론 아닙니다. 차별화된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내면 됩니다. 롯데마트에서 사는 치킨하고 집 앞의 치킨은 분명 맛, 배달 등의 측면에서 분명 다릅니다. 통큰 치킨이 가격은 싸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고 맛도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어떤 소비자에게는 결코 싼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선택의 폭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사회적, 정치적 논리로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선>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는 위기가 닥쳤을 때 그룹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취약한 재무구조를 가진 대기업을 일종의 '폭탄'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김> 외환위기 이전, 정부-은행-대기업간 삼각관계 하에서, 대기업이 생각한 최고의 생존전략은 서로 몸을 묶는 것이었습니다. 삼국지에 등장한 '연환계'와 유사하죠. 그러나 위환 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들은 이러한 '연환계'가 효과적인 생존법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정부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에는 제약을 가하고 상호출자는 금지하며, 대기업들을 가급적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시키고자 했습니다. '순환'이 아니라 '하향식'으로 바꾸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거대한 폭탄의 위협은 줄어들게 됩니다.
순환출자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자본이 '뻥튀기' 되어 부실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인데요. 기업이 취약한 재무구조를 가지게 되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초래하지만, 누구보다 직격탄을 맞는 건 기업들 자신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컨설팅회사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재무구조개선을 꾀하고요. 이는 일종의 경영전략 문제로 정부의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각 기업, 비즈니스마다 구조가 다르므로 획일적인 규제방안을 통해 개선하긴 어렵기 때문이지요.
취약한 재무구조를 가진 '폭탄' 기업으로 인해 나라 경제가 도탄에 빠지지 않도록 방화벽(Firewall)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은행이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은행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금을 대출해 간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유지하고 있는지, 부실가능성은 없는지 감시해야죠. 만약 지속적인 감시 중 부실 위험을 감지한다면 자금을 회수하고요. 이것이 바로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자기정화작용입니다. 국가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지요. 이런 방식이 선진국형 기업관리체제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시장의 자정기능을 최대한 이용한다면 '폭탄' 기업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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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MBC 스페셜에서 안철수 씨가 "한국 대기업은 말로는 창의성 있는 인재를 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안철수 씨의 말은 많은 대기업들이 입사 전형을 통해 창의성이 있는 인재를 발굴한 뒤에 그들의 잠재력을 키우지 못하고 획일화된 교육과 직무를 통해 그들의 창의성을 죽이고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실제로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국내 출시 이후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여 구글로부터 안드로이드 OS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례만으로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소홀히 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트렌드를 한 발 놓치는 실수를 한 것뿐이죠. 대부분의 위인들이 실수를 통해 성장해 나가듯이 기업도 실수를 통해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삼성이나 LG는 원래 하드웨어 기반 산업을 중시하며 시장에서 최고가 되었으나, 어플리케이션이 중심이 되는 최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것에 뼈저리게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삼성이나 LG에서는 입사 면접 시 기존 상식을 잘 아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생각을 잘 하는 사람을 뽑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대기업들의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러므로 대기업이라서 창의성을 죽인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에 불과합니다.
안철수 박사님이 하신 말씀의 뜻은 창의력은 관료주의적인 조직에서는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을 설명했다고 봅니다. 그 말씀처럼 관료주의적인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봅니다.
<선>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대기업에 취업을 하려고 소위 ‘스펙’ 쌓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기업들은 ‘스펙’보다는 ‘스토리’라는 인재 선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회사에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나도 기업에 신입사원 선발위원으로 종종 가지만, 수 백 명이 다 비슷해요. 옷, 머리도 다 똑같고, 다 잘생겼고, 성적표, 활동, 추천서 다 좋구요. 그런데, 심사위원들끼리 면접이 다 끝나고 나서, ‘기억나는 사람 있습니까’라고 했을 때 기억나는 사람이 몇 있어요. 그게 바로 차별성, 성공의 비결이에요. 부모님이 지어주신 여러분의 ‘이름’이 바로 ‘브랜드’에요. 그런데 같은 브랜드라도 명품과 싸구려가 있죠. 여러분 스스로 시장에 자신을 세일즈 해야 되는데 내 자신의 이름 걸고 무엇을 할 때, 명품 취급을 받아야겠죠.
‘스펙 쌓기’ 또한 그 과정으로 볼 수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남과 다른 그 무엇을 갖춰 나가야한다는 겁니다. 남과 같은 생각을 하고 남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을 ‘one of them’ 으로 보게 해요. 그러나 남과 다른 경험을 했고, 남과 다른 생각을 하고, 남과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one of a kind’, 그 사람과 함께 하면 무언가 새로운 것 배운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치’이자 ‘차별성’이 되는 겁니다.
한국선진화포럼 선진화홍보대사: 김송이, 류혜라, 장우제, 민병의, 윤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