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와 일선 구청이 앞에서는 전통시장 살리기를 외치면서 정작 뒤로는 전통시장 주·정차 위반 차량에 집중적으로 딱지를 붙이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또 전통시장이 거의 없는 종로구의 단속 건수가 다른 구보다 최대 29배나 많은 등 실적주의에 급급한 표적 단속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남재경 의원(한나라·종로1)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최근 3년간 서울시내 153곳의 전통시장 주·정차 위반 과태료 부과 건수는 21만9098건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백화점과 대형마트 주·정차위반 단속 건수는 13만3588건으로 전통시장의 61%에 불과했다. 서울시내 전통시장 주·정차 위반 단속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보다 1.64배나 많은 것이다.
나아가 지난 한해 동안 서울지역 전통시장 주·정차 위반 단속은 76,730건. 부과된 과태료는 1,011억 1,300만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과 대형마트 주변의 단속 건수는 45,169건으로 전통시장의 59% 수준이었다.
이같은 이유는 무엇보다 전통시장이 주차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전통시장 가운데 주차 허용장소가 지정된 곳은 단 20곳 뿐이다. 그나마 매일 주차장을 가동하는 3곳이고 나머지 17곳은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만 문을 연다.
그러나 설사 열악한 주차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전통시장의 자가용 방문객이 대형유통업체보다 현저히 적다는 점에서 이같은 단속건수는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전통시장 주차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처벌이라는 얘기이다.
남 의원은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은 자칫하는 순간 주·정차 위반 대상이 되기 일쑤"라며 "결국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뿐만이 아니다.
-
전통시장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치구에서 되려 시장 주변 주·정차 위반 단속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문제다.
전통시장이 7곳에 불과한 종로구의 경우 서울시 전체 시장 주정차 위반 단속의 25% 가량이 집중됐다.
최근 3년간 전통시장 1곳당 월평균 단속 건수는 44건인데 반해 종로구는 242건이나 됐다. 전통시장이 16곳이나 되는 중구가 26건, 15곳이 있는 동대문구가 8건인 점과 비교할때 종로구 단속건수는 최대 29배나 많다.
전통시장 수가 5개와 7개에 불과한 서대문구와 동작구도 월평균 단속 건수가 137건, 98건으로 다른 구에 비해 훨씬 높았다. 전통시장이 20곳이나 있는 영등포구가 19건, 8곳의 강남구가 12건인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결국 형평성을 잃은 편의주의적 단속이라는 비판이 나올수 밖에 없다.
남 의원은 "주·정차 위반 단속이 서민들이 주로 찾는 전통시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전통시장 주차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단속에만 치중한 서울시와 일선구청의 탓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과도한 주·정차 단속은 전통시장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는 서울시의 정책에 전면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소통에 큰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전통시장 주변 상시주차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의견 수렴 결과를 거쳐, 전통시장 97곳은 주차를 상시 허용하고 43곳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종 안은 이번 달 실태조사를 거쳐 2012년 1월경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