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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광우병’ 관련 괴담성 허위선전-선동이 또 다시 확산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이 유포될 때와 비슷한 방식이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전병율)는 29일 감염 원인이 소(牛)와는 무관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iCJD)’ 사망 사레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iCJD는 의학적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감염된 소의 특정위험물질을 섭취하여 발생하는 ‘인간광우병(vCJD)’과는 전혀 무관하다.
국내에서 확인된 CJD는 2008년 기준 28건에 달하지만 이중 25건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발성 CJD', 3건은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가족성CJD' 뿐이었다. 광우병 쇠고기 섭취로 인해 걸리는 '변종CJD'는 아직 한차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치매와 운동능력 상실 등의 증상을 보이는 CJD는 광우병이 사람한테 전염돼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CJD', 수술 등을 통해 사람에게서 사고로 전파되는 '의인성 CJD', 자연적인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산발성 CJD', 유전에 의한 '가족성 CJD' 등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감염원인은 사망자의 뇌 경질막 이식, 뇌하수체 호르몬 이식, 각막 이식, 신경외과의 감염된 수술 장비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환자의 경우는 국내 첫 iCJD사례다. 54세의 여성환자는 지난 87년 뇌암의 일종인 뇌수막종 치료중 독일제 수입 뇌경막(Lyodura)을 이식받았으며 수술후 23년이 지난 지난 2010년 6월 발병하여 당초에는 '산발성CJD(sCJD)' 의심환자로 신고되었고 조사중이던 2010년 11월에 사망했다.
이 사례에서 환자에게 이식된 독일제 수입 뇌경막은 sCJD에 감염된 환자 사체에서 적출된 뇌경막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iCJD는 인간광우병, 즉 변종CJD(vCJD)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일상 생활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 독일제 수입 뇌경막을 이식받은 경우에 발생했고 23년전엔 관리가 전혀 없던 상태였으나 현재는 관리체제가 확립된 상태에서 안전한 뇌경막이 수술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87년 5월 이후 문제가 된 독일제 뇌경막제품은 CJD를 유발하는 프리온(단백질의 한 종류)의 감염력을 제거하기 위한 불활성화 처리를 해서 사용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iCJD는 전 세계적으로 20개국에서 모두 400건 정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중 뇌경막 이식후 발생한 사례는 모두 200건 정도. 그 중 절발 이상인 138건이 일본에서 이번 사례와 같은 독일제 뇌경막 이식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률적으로 사체에서 추출한 뇌경막 이식후 iCJD가 발병할 확률은 500분의 1에서 2,000분의 1 정도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에서 첫 iCJD사례가 발견됨에 따라 신경과학회 신경외과학회 등 관련 전문가들과의 협조체계 구축을 통해 80년대 뇌경막 이식 등 위험요인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에 대해 본인 동의를 전제로 의무기록 확인 및 신경학적 검사 등을 포함한 추적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객관적 사실이 이런 데도 불구, SNS상에서는 이를 부풀려 마치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광우병 광풍(狂風)도 일부 학자나 의사-수의사 등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인간광우병 발생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일부 매체가 확대 재생산하는 바람에 사태가 커졌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광우병 광풍 당시 "변형 프리온이라는 괴물은 후추 한 알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0.001그램만으로도 인간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고 과학계는 결론 내렸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도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가량 된다"고 했던 PD수첩의 보도에 대해 "맞다, 틀리다 잘라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허위 보도'라고 판결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에도 괴담성 허위선전-선동이 확대-재생산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박상표 정책국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감염 경로가 쇠고기 같은 음식이 아니라 수술이라는 점에서 인간광우병과는 관련이 없지만, 유사 사례가 수천-수만 명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상생활과 전혀 관련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희종 교수는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iCJD 발생 사례가 일본에서 왜 높은 지에 대해 “일본이나 한국이나 129번의 MM형 유전자형의 비율이 높다. (MM형 유전자형은) CJD 발생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혀져 있기 때문에 아마 그것이 주원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들의 이같은 인터뷰 기사는 현재 트위터에서 급속히 확산돼 공연한 불안감을 확대-증폭시키는데 이용되고 있다.
<프레시안>은 "첫 CJD 사망자 발생, 안심하라는 정부 주장이 '괴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들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또 <민중의소리>는 “국내 첫 CJD환자 공식확인, 인간광우병과 무관?”이란 기사에서 박상표 편집국장은 “국내에서 인간광우병(vCJD)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여러 명 있었으나, 많은 경우 유족들의 반대로 부검을 하지 못해 진단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첨부하며, 트위터 아이디 ‘suXXXXXX’는 “정부가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없다고 없다고 해놓고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어떻게 믿겠나?”고 올렸고 ‘coreXXXX’는 “질병관리본부의 말 자체를 믿지 못하겠어요 .. 워낙 거짓말이 많으므로. 소고기에 의한 것인지 저는 의심이 되고 있습니다.”라며 이번 소식을 ‘인간 광우병’으로 의심했다.
또 ‘marihXXXX’는 “소위 말하는 인간광우병 의심이 되도 부검 못한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하던데.. 미국도,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적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