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무산 시 추정 손실액 8조원대 추정 서부이촌동 주민 피해 가장 심각..서울시, 거세지는 ‘책임론’에 곤혹시행사 디폴트 선언에도, 코레일, 민간출자사 ‘서로 네 탓’
  • ▲ 용산개발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디폴트를 선언한 가운데,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코레일에 이어 서울시를 상대로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부이촌동 거리 모습.ⓒ 연합뉴스
    ▲ 용산개발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디폴트를 선언한 가운데,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코레일에 이어 서울시를 상대로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부이촌동 거리 모습.ⓒ 연합뉴스



     

    ‘사망선고’ 직전 용산개발 사업,
    파산 시 추정 손실액 8조원


    총 사업비 31조원, 자본금 1조원.

    ‘단군 이래 한반도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 개발사업’이란 수식어가 붙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사망선고’ 직전의 위기에 몰리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알려진 사업 예금 잔고는 불과 9억원.
    사업이 무산되면 당장 30개 민관출자사가 조성한 시행사 자본금 1조원은 공중으로 증발한다.

    3조원에 달하는 토지대금을 반환해야 하는 코레일은 물론, 민간투자사들도 1조원이 훨씬 넘는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최대 주주인 코레일이 부담해야 하는 손실 규모는 막대하다.

    반환해야 하는 토지대금 3억원과 지급보증을 선 2조 4,000억원이 고스란히 코레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코레일은 지난해 2조 5,00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2조 5,000억원 이상의 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의 형편은 더욱 좋지 않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55억원.
    현재까지 용산 사업에 쏟아 부은 자금은 1,748억원이다.
    이 중 상당수가 금융권 대출로 마련한 돈이다.

    사업 무산이 확정되는 경우, 롯데관광은 회사의 존립 자체가 문제될 만큼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기관투자자 중에서는 국민연금의 손실이 가장 크다.
    국민연금은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를 통해 1,000억원과 250억원을 투자했다.



    사업 무산 시

    서부이촌동 주민들

    피해액 2조~3조원.


    무엇보다 2007년부터 지역 전체가 용산 사업에 묶여있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에게 돌아갈 피해가 심각하다.

    상당수 주민들이 월 100~200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경매로 집을 날리는 주민들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6년째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채 애만 태운 주민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금전적 손해는 물론 자살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이 지역 주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주민들은 이미 사업 무산에 대비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용산개발 사업이 파산하는 경우, 사회적 비용을 포함한 손실규모가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업 시행사 ‘디폴트’ 선언 불구...
    코레일 vs 민간출자사 ‘네 탓’ 공방


    아슬아슬하게 생명을 연장하던 용산개발 사업은 시행사인 드림허브금융투자프로젝트(PFV)가 13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사망 직전 상황까지 내 몰렸다.

    드림허브는 이날 만기 도래한 2,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9억원을 갚지 못했다.


  • ▲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모습.ⓒ 연합뉴스
    ▲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모습.ⓒ 연합뉴스



    표면상으론 59억원의 금융이자를 갚지 못한 것이 디폴트 사태의 직접 원인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단순한 자금압박이나 일시적인 현금유동성 부족 때문이라고 보는 이는 없다.

    근본적으로 용산개발 사업은 지나친 사업규모 확대에 따른 비용 상승, 부동산 시장 침체와 이로 인한 사업성 악화, 민관 출자사간의 불신과 갈등 등이 한데 얽히면서 파산 위기를 자초했다.

    최대 주주인 코레일이 민간출자사들을 모두 불러 사업계획 변경안을 제시하고,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민간출자사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고의 부도’ 의혹을 제기하는 등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업파트너로서의 상호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민간출자사들이 코레일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업 무산이 현실화 된 만큼 정상화에 힘을 쏟기 보다는 서로 발을 빼,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 때문에 출자사들끼리 물고 물리는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서부이촌동 주민들 역시 사업이 무산되면, 코레일과 서울시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공언하고 있다.



    "망루 위 올라가자"

    격앙된 서부이촌동...

    "서울시·코레일 책임 물을 것"


    드림허브가 디폴트를 선언한 13일, 서부이촌동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와 코레일, 드림허브 등이 사업무산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지역은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사업부지에 편입됐다.
    그러나 6년 넘게 사업이 제자리를 맴돌면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대책위 등에 따르면, 현재 서부이촌동 2,298가구 중 절반이 넘는 1,250가구가 평균 3억 4,000만원의 은행 빚을 지고 있다.

    최근에는 경매로 나오는 물건도 늘고 있다.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세훈 전 시장과 정창영 코레일 사장 등이 상황을 지금과 같이 만들었다면서, 소송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서울시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문제는 정부나 서울시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 “고민하고 있지만...”,
    서울시 ‘책임론’에 곤혹


    서울시는 14일 용산개발 사업과 관련 주민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같은 말을 했다.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5~6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한 주민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시 내부적으로는 뚜렷한 대안을 찾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을 비롯한 민관출자사가 주도한 사업이기 때문에 시가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업 무산의 원인이 사업성 악화에 따른 출자사간의 갈등과 자금부족 때문이란 사실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는 구체적인 해법을 묻는 질문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사업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말할 수 없다.
       
    - 서울시 관계자


    이런 시의 태도는 소송 불사를 외치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정서와는 사뭇 다르다.

    주민들은 처음 사업에서 제외돼 있었던 이 지역을 편입시킨 것이 오세훈 전 시장이므로, 시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초의 용산개발 사업은 코레일의 만성화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됐다.
    당시 사업의 인허가권자는 오 전 시장이었다.

    오 전 시장은 정부의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을 자신이 구상한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하길 원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사업규모는 철도정비창 부지에서 서부이촌동까지 크게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에 대한 막대한 보상비가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주민 보상비로 예상 비용이 처음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사업성 악화를 우려한 출자사들간에 개발 방식을 놓고 갈등이 있어났다.

    여기에 때마침 불어 닥친 국제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사업은 표류했다.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들어 서울시의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민간 주도’ 사업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코레일이 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업규모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가 강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사업을 허가한 시가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해명은 옹색해 보인다.


    서울시 용산 대책 ‘플랜 B’...
    다음 달 21일 지나 윤곽 나올 듯


    시가 마련하는 ‘플랜 B’는 다음 달은 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무산되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역 지정은 다음 달 말 풀릴 전망이다.

    이 곳은 2010년 4월 22일 지정됐다.

    도시개발법상 만 3년이 되는 다음달 21일까지 서울시에 실시계획인가를 접수하지 않으면 자동 해제된다.

    따라서 시는 이때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사업 무산이 최종 확인되는 경우, 주민 피해 최소화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파국만은 피하자...
    막판 대타협 가능성도


    한편에선 파국은 피할 것이란 견해도 나오고 있다.

    드림허브가 디폴트를 선언했지만, 당장 파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출자사들이 회생가능성을 따져 본 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사업 규모를 크게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코레일도 15일 오후 민간출자사들을 불러들여 사업규모 축소에 방점을 찍은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코레일이 마련한 사업계획 변경안은 111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 등 초고층 빌딩의 층수를 80층 이하로 낮추고, 중소형 아파트와 임대주택 규모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건설비를 줄이면서 동시에 사업성을 높이자는 복안이다.
    코레일의 제안에 대한 민간출자사들의 반응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롯데관광이나 국민연금 등 출자사들도 사업 무산 시 입게 될 손실이 막대해, 극적인 대 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