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서 [조용하면서도 선제적인] 대응 주문 국토부, 진위파악 주력 “갈등 해소 위한 조정의 중요성에 무게”코레일 “협상 여지 있다” 한발 물러서..박원순 시장, “도의적 책임 느껴”

  • ▲ 코레일이 소유하고 있는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자료사진).ⓒ 연합뉴스
    ▲ 코레일이 소유하고 있는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자료사진).ⓒ 연합뉴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에서, 역사상 최악의 부도 사례로 기록될 위기에 처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막판 극적 반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용산문제를 언급하면서, 중앙부처의 역할론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먼저 나서지 않는 조정과 관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국토교통부 차원의 직접적인 개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청와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 자체가 중대 변화의 시작이란 긍정적 해석도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의 용산 발언을 계기로 이해당사자들은 진위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대통령이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대책을 지시한 이상,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용산사업에 참여한 민간출자사와 서부이촌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 용산사업의 최대 피해자인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사업 무산에 반발하면서 내 건 현수막.ⓒ 연합뉴스
    ▲ 용산사업의 최대 피해자인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사업 무산에 반발하면서 내 건 현수막.ⓒ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15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용산개발사업에 대한 [조용하면서도 선제적인 대응]을 지시했다.

    정부가 너무 나서진 않되, 사회적 이슈가 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강구하라.
    코레일,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여러 가지 갈등 확대를 막아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나서지 않고 조정이 되도록 지켜볼 필요도 있다.

    너무 처음부터 나서기 보다는 상황을 잘 판단하고, 조정을 통해 갈등이 수습되도록 해 주기 바란다.

       - 박근혜 대통령


    특히 박 대통령은 갈등의 쟁점과 파급효과를 미리 파악하는 선제적 대응을 거듭 강조했다.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잠재적 정책현안은 갈등이 일어난 뒤에 조정하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기 전에 쟁점과 파급효과를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회적 갈등해결을 위한 조기경보체계의 구축과, 청와대 각 수석실 사이의 유기적 업무처리도 당부했다.

    기경보체제를 본격 가동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조기경보체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정기획수석실과 해당 수석실간,
    자료와 정보 공유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칸막이 없는 협업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각 수석실은 소관업무와 관련,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잠재적 정책현안을 적극 발굴하고,

    사전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는 경제수석실을 중심으로 용산사업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각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어떤 선제적 조치가 가능한지 의견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용산개발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국토교통부도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우선 국토부는 박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조정을 통한 갈등 수습]에 주목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불개입의 원칙을 지키되, 더 이상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조정이 필요하다면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 것이란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선제적 대응 주문에 대해서는, 갈등 발생 전에 잠재적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먼저 해결에 나설 것을 강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이 용산사업 청산에 따른 후폭풍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특히 서부이촌동 문제와 같은 사회적 갈등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대해서는 너무 나서지는 말되 조정을 통해 갈등을 수습해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너무 나서지 말라는 것은 불개입의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단 조정에는 적극 나서라는 주문으로 해석한다.

       - 국토부 관계자


    [청와대發 훈풍]을 접한 용산역세권개발(주)는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사업 최대 주주인 코레일의 청산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용산개발사업 청산 시 문제점을 청와대가 인식 하기 시작했다.
    사업이 끝내 무산된다면 출자사간 대규모 소송은 물론이고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받는 피해가 극심할 것.

       - 용산역세권개발(주)


    용산개발사업에 서부이촌동을 포함시키면서 파국을 자초한 서울시의 움직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시는 용산사업 자체가 코레일과 민간출자사들의 투자로 이뤄진 만큼,
    시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박 시장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15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도의적 책임론]을 언급했다.

    처음 사업제안자로서 서울시 역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주민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지금까지 이미 본 피해는 저희들이 어떻게 하든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게 임무라고 본다.

    7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민과 영업기반을 잃은 상인들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지역 재생 차원과 더불어 종합조치를 취할 생각.

       - 박원순 서울시장


    용산개발사업의 최대 주주인 코레일 역시 기존의 강경한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은 이미 지난주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대금으로 받은 2조4,167억원 가운데 5,470억원을 대주단에 지급하는 등 사업 청산절차를 시작했다.

    지난주까지 코레일은 SH공사와 다른 민간출자사들의 비협조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사업 청산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사업 청산을 밀어붙이던 내부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코레일 관계자는 16일, 민간출자사들과의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며 지난주와는 다른 유연한 태도를 나타냈다.

    사업시행사인 드림허브와 토지 매매계약 해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민간출자사들과의 협상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한 민간출자사 관계자는 달라진 코레일의 분위기를 전했다.

    코레일이 민간출자사들에게 제안했던 사업정상화조건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코레일도 사업 청산이 몰고 올 후폭풍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