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독소조항 기업 경영권 위협] 수정 요구vs집중투표제 양보 안돼
  • ▲ (서울=연합) 기업지배구조 개선 위한 개정안 공청회
    ▲ (서울=연합) 기업지배구조 개선 위한 개정안 공청회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의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수위가 완화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재계의 원성이 커지자 
정부와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쟁점 조항 검토에 돌입한 것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5일 
법무비서관, 차관보급 회의에 이어
6일에는 새누리당과 국무총리실, 청와대가 참석하는 
당,정,청, 최의를 열어 상법 개정안 관련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재계는 현재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은 
기업이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했다.

입법예고된 상법 개정안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과제로,
법무부가 올 3월부터
[기업지배구조 상법개정위원회]를 발족해 마련해왔다.

또한 입법예고안은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부당한 사익추구를 견제하도록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았다.

전 세계적으로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추진돼온 [경제민주화 법안]이
주로 기업의 불공정 행태 측면에 초첨을 맞췄다면,
상법 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 측면]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과 이사의 분리선임, 
집행임원제도 의무화,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 소송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 경영 투명성이 요구되는 상장회사들이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제도를 간접적으로 의무화하게 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선임되는 이사진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도 도입돼 있으나 
대부분 기업이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을 만들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그 경우 소액주주들이 
자신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 의결권을 몰아 선임함으로써 
기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다.

경제단체들은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경영 활동에 사사건건 개입하려는 
비우호세력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또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를 
선임단계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선출하도록 했다.

현재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감사위원회의 3분의2 이상은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 위원 선임 시
지배주주의 영향력 제한을 위해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선임 과정은 
모든 이사를 먼저 선출한 뒤
이들 중 감사 위원을 선임하는 일괄 선출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의결권 제한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재계는 
개정안에 따라 감사를 선임하게 될 경우 
경영권을 노리는 세력들이 [입맛에 맞는] 감사를 선임해 
경영권을 견제하기 시작하면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재계는 전자투표제가 의무화될 경우도
기업의 원활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보다 여론몰이와 
세력결집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다중대표소송제도 자회사 주주를 무시하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 성장에 치중하는 경영활동을 해야 하는데
자칫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인데, 
이는 경영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 

경영권 불안을 야기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이 성장과 이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직 경영권을 지키는 데에만 
온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개별 기업의 경우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조사1본부 기획정책팀 강석구 팀장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맞다. 

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획일적으로 지배구조를 묶어놓는 것이 
기업과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특히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기업의 경영권을 크게 위협하고 
해외투기세력 침투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

  - 기업정책팀 추광호 팀장


반면,
안택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배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사외이사제가 도입됐는데
그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논의되는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대표가 사외이사 기능을 할 길을 만들어 줄 것이다.

학계의 꾸준한 지적이 있어
집중투표제가 이번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것이다.
어렵사리 추진된 제도가
재계 반발로 다시 무력화되지 않기를 희망한다."